2018.1.5
경유지 대만에서의 둘째날.
오늘은 대만오면 누구나 한 번은 이용한다는 예스진지 버스투어의 날이다. 여행 계획을 급하게 세웠더니, 이미 예스진지는 동이나고 대신 예스허지라는 게 있어서 그걸 신청했다.
둘의 차이도 모른다. 실은 찾아보고 나서야 이게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의 앞글자만 줄인 말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진과스 대신 허우퉁이라는 곳에 간다는 걸 알게 된...
여행은 원래 이렇게 사전 정보 없이 가야하는 거라고 또 식구들에게 구라를 치는 쓰루가이드^^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7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간만에 모시고 해외에 나와서 맛난 거 많이 드시게 하면 좋을텐데...
아침은 토스트빵에 멀건 스프^^
"내 나이에 언제 이런 거 경험하겠노?"
당신들은 정말 낡은 게하를 첨으로 경험해서 신선하거나 재밌을 지도 모르지만, 아들 귀에는 왜 그리 짠한지...
투어버스 출발 장소는 타이베이 역 남문 1번 출구.
아침부터 촉촉하게 가랑비가 내린다.
약속장소에 살짝 일찍 도착하고는,
나와 함께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보조자 역할을 해 준 정서방과 함께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갈 버스를 알아보러 움직인다.
타이베이역사 뒤쪽에 국광버스 승차장이 붙어있어 찾기 어렵진 않다.
우리가 타야할 시간대에는 거의 15~20분 간격으로 버스가 배치되어 있어서 큰 걱정도 없다.
잠시후, 가이드가 출석체크를 한다.
우리 말고도 많은 팀들이 여기서 미팅을 하고 있어서 어디로 갈지 헷갈릴 것 같지만, 막상 또 다들 어떻게 자기 가이드를 찾아 간다.^^ 체크가 완료된 그룹은 각각의 차량으로 이동~
오늘 우리 차량의 가이드는 키가 아주 큰 아가씬데... 타이베이역사 안이 울릴 정도로 목청이 좋다. 이런 투어버스의 재미, 가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알았달까?
젊은 아가씨인데도 재치있게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괄괄한 입담이 최고였다.^^
'다른 가이드들 전부 깃발 들고 있죠? 여러분은 깃발 안들고 있는 가이드만 찾으면 됩니다.
멀대같이 큰데 깃발 그런 거 저는 안 듭니다이~ 제 얼굴이 깃발이라 생각하세요~ 어디서든 제 얼굴 다 보이시죠?'
ㅎㅎㅎ
어딘지도 모르고,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겠고,
너무 좋다^^ 패키지 여행을 가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싶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고 내리라 할 때까지 간만에 식구들하고 수다떨고... 이번 여행 첨으로 동행 여행자가 된 기분이랄까.
차창 밖으로는 쉼없이 가랑비가 내리고 그래서 온통 뿌옇게 보였지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ㅋㅋㅋ
그렇게 한참을 가서 어느 바닷가 마을에 닿았다.
예류 지질공원이란다.
가이드가 겨울 대만은 매일 비가 온다고 생각해라더라.
대만에서 비올때 우산은 그닥 소용이 없단다. 비가 사선으로 내린다나?
그만큼 큰 비는 아니라도 바람과 함께 꾸준히 가랑비가 내린다고 봐야 한단다.
우산보다는 비옷이 유용하다고... 그래서인지 예류 입구에 일회용 비옷 장수가 많다.
우리는 가져간 비옷들이 있었지만, 여기서 파는 비옷 추천한다. 얼굴에 맞게 끈으로 모자를 조절할 수 있는데, 정말 사선으로 내리는 비가 하나도 안 들어오겠더라는...
예류지질공원은 칼처럼 길쭉하게 발달한 사암지형의 육지를 따라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는 코스다.
풍화에 취약한 사암층이 바람과 파도에 깎여서 만들어 낸 갖가지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감상 포인트.
그나저나 비바람에 감상이고 뭐고... ㅋㅋ
끝까지 가면 이런 곳이 있다. 일부러 만들었다 해도 될 정도로 바위가 마치 고사목 같이...
가는 장소마다 가족 사진을 담는다. 늘 나만 빠졌지만...
예류는 전체를 둘러보기에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의 규모다. 근데 이 놈의 비바람이...
예류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언덕.
일명 버섯바위라 불리는 바위들이 거대 사암 암반 위에 혹처럼 솟아있다.
더러 이런 화석들이 박혀 있다. 마치 누가 일부러 박아 놓은 것 같은데, 식물인지 동물인지 모르지만 문양이 참 이쁘다.
아침에 빵쪼가리 몇 개 드시게 하고는 비바람 속을 헤매게 하는데 뭐가 그리 좋으실까만,
아들네, 딸네, 어린 손자들한테 맞춰주느라 온통 걷고 움직이는 여행이라도 좋구나만 연발하시는 부모님들...
이 언덕에서 늘 사람들이 줄서서 사진 찍는 바위 앞이다. 일명 여왕바위~
원래는 반대쪽에서 찍어야 제대로 나온다는데, 줄이 길어도 너무 길다.
그냥 우리는 반대쪽에서 기분만 낸다.
풍화작용으로 몇 년안에 이 여왕의 목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걸지도 모르지만 위태롭게 붙어 있는 모양이 가냘파 보이긴 한다.
지질학적인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외한의 눈에 그냥 마블링 문양이 참 아름답다 정도^^
비바람 때문에 카메라 관리도 안되고...
부모님은 눈도 제대로 못뜨겠다 하시고...
애들은 비옷도 없이 마구 뛰어다니고...
낯설고 노란 풍경은 참 아름답지만,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ㅋㅋㅋ
가이드가 준 시간에 맞춰서가 아니라 더 있고 싶어도 안되겠다 싶어서 다들 다시 입구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이드왈, 그래도 겨울에 비맞고 예류에 오는 게 복이란다. 여름에 오면 태양열에 지열에 1시간을 드려도 다들 10분만에 차에 돌아온단다. 겨우 여왕바위만 한 번 보고는 더 이상 갈 엄두도 안낸다고...
"혹시 주위에 원한있는 분들 있으면, 여름 대만 여행 추천하세요~. 그게 진정한 앙갚음이라는 거죠^^"
비오는데 결혼하는 신혼에게 비가 와서 잘 살겠다는 거랑 비슷한 위로겠지만, 참 재밌는 친구야~~
덕분에 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가이드 말을 참 잘 따르게 되었다.
괜히 줄서서 여왕바위 인증샷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원 입구에 있는 이미테이션에서 사진 찍어라고...
실물크기로 똑같이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들도 거기서 사진 찍었다. 어쩌면 우리애들이 커서 다시 예류에 오게 되면 진짜 여왕바위는 더 이상 없고 이것만 있을지도 모르겠군.
투어버스는 예약할 때부터 몇 가지는 옵션상품이라고 공지를 했었다.
예류 입장권이 옵션인 건 좀 웃겼다. 이런 거에 과민반응하지 않고 웃어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근데 현장에서는 지정 해산물 식당에 갈 건지, 아니면 아무데나 원하는 식당에 갈 건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것도 말하자면 옵션인 거지.
근데 짧은 시간 가이드가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고, 소개하는 식당으로 가면 자기한테 커미션이 조금 돌아온다고 솔직하게 밝히니, 대부분이 그 식당으로 간다. ㅋㅋㅋ
보통은 커미션을 숨기는데, 털털하고 진솔한 전략이 더 먹히더라는...
어머니도,
'같은 값이면 저 가이드한테 뭐라도 좀 남는 식당으로 가자~' 그러신다.
소개하는 식당 나쁘지 않다. 물론 다른 곳엔 안 가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를 쫄딱 맞고 부실했던 아침에 신선한 현지 재료로 만든 해산물 요리가 맛 없으면 이상하지^^
모든 옵션은 현금으로 준비했다가 여행을 마칠 때쯤 가이드한테 주면 된다.
예류 입장권은 인당 우리돈으로 2~3,000원
해산물 식당은 11명 전체에 8만원 정도.
다들 젖은 새앙쥐 꼴로 허겁지겁 먹는데, 신기하게 전부 파안대소~ 이 모든 상황이 웃긴 거지.
난 좋다. 오늘 하루는 나를 대신할 가이드가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