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연대도-만지도 횡단 수영 02

2025.7.12~13.

by 조운

행기간 : 2025.07.12~13.

작성일 : 2025.07.17

동행 : 부울경바다수영협회 회원 90여 명

여행컨셉 : 바다수영



만지도 한 바퀴 5km, 조류와의 싸움


연대도와 만지도는 사량도처럼 세트로 된 섬이다. 규모는 참 작다.

수영으로 한 바퀴 돌면서 수영거리를 재보니 4~5km 정도다. 섬에는 도로가 없다. 포구를 중심으로 시멘트 길이 있지만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은 과거 연대도 학교로 쓰였던 곳까지 몇 백미터가 전부다. 만지도에는 아예 도로가 없다. 즉,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는 게 의미 없는 섬.

작년 행사를 위해 미리 답사를 해 보니, 대규모 인원이 머물기에는 숙박시설이 제일 큰 문제였다. 만지도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나무 데크 둘레길을 어느 정도 조성해 놔서 산책하기 좋고, 식당이나 작은 숙소가 몇 개 있다. 연대도는 포구 언덕에 주거지가 밀집해 있고(20명 정도가 살고 계신다고) 최근 몇 개의 카페가 생긴 정도.

두 섬 사이는 현수교가 이어주고 있다. 이 다리도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다.


연대도로 들어오는 배와 만지도로 들어오는 배편이 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는 연대도에 있던 폐교를 고쳐 숙박시설로 쓰고 있는 에코파크와 계약을 하고 연대도로 입도한다. 연대도로 가려면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정기선을 타야한다.


달아항-연대도는 중간에 학림도나 저도를 들르기도 한다(손님이 있으면) 운항시간은 고작 편도 15분.

트럭 두어 대를 태울 수 있는 페리(섬나들이호)와 승선 90명의 여객선(진영호)이 있다.


선발대는 행사에 필요한 장비들을 트럭에 잔뜩 싣고 새벽같이 부산에서 출발했다. 달아항에 도착하니 바로 이어서 통영수영연맹 회장님이, 1박2일 참가자들이 먹을 음식 일체를 잔뜩 싣고 항구 주차장으로 들어오신다.

본대가 오후 배로 들어오는 동안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다.


재밌게도 연대, 만지에 각각 조그만 모래사장이 하나씩 있다. 모두 외해 쪽이 아니라 통영을 바라보는 내해 쪽에 있는데, 실제 섬의 양쪽 사면의 파도는 사뭇 다르다.


방배정이 끝나자마자 만지도 횡단을 위해 모두는 출렁다리가 있는 연대도 선착장으로 집결.

바다수영, 특히 지형이 복잡한 다도해의 섬에서 하는 수영은 고려해야 할 게 많다.


바다수영 전, 고려해야 할 사항


1. 먼저 물때(조수)를 봐서 날짜를 잡아야 한다.

되도록 사리에서 먼 날을, 조금에 가까운 날을 택해야 조수 간만 차가 적다. 사리에는 물이 들고 나는 폭이 커서 조류가 심하다. 가만 있어서 어딘가로 둥둥 떠내려갈 수 있다는 뜻.

2. 입수 시간

이왕이면 정조기가 좋다. 밀물이든 썰물이든 서로 체인지 하는 사이를 정조기라 하는데, 말 그대로 조류가 멈춘다. 간만은 하루 두번 발생한다. 6시간 주기로 정조기가 있다는...

정조기에 입수를 맞출 수 없다면 조류를 읽고 횡단의 방향을 잘 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등 뒤에서 밀어주면 괜찮지만, 조류를 역류해서 수영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비록 조류 강도가 약하더라도 체력 소모는 정조기보다 심할 수 밖에 없다. 협회의 노련한 분들이 빼놓지 않고 미리 체크한다.

3. 지엽적 조류

작은 섬인데다가 가까이 있는 두 섬 사이에는 좁은 물길에 의해서 유속이 빠르게 지나는 구간이 생긴다. 또한 육지 쪽 사면에 비해서 외해 쪽 사면은 비교적 파고도 높다. 조류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면의 생김에 따라 다소 멀리서 또는 육지에 딱 붙어서 심하거나 약할 수 있다. 섬처럼 한 바퀴 횡단을 하는 루트는 당연히 어디 한군데 이상은 역류를 만날 수 밖에 없어서, 어느 루트가 더 약한지 회피 가능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4. 입, 출수 장소

걸어서 들어가야 할지, 발이 다칠 위험이 없는지, 다이빙을 해야한다면 수심은 깊은지 등등.

특히 출수때는 체력이 고갈된 상태고 유체속에서의 오랜 롤링으로, 땅에서만 생활하고 있을 때와 다르게 균형감각이 무너져 있을 공산이 크다. 이게 또 출수하면 금방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바다가 좀 거칠었다거나 하면 바로 회복되지 않고 좀 지체되기도 하니, 더더욱 안전한 출수 장소가 필수.

그 외 계절에 따라 수온, 해파리나 따꿈이 여부 등도 체크하면 좋다.


이미 작년에도 횡단을 했고 며칠 전에도 답사팀이 살펴봤지만 최종적으로 입수 한 두시간 전에 한 번 더 체크해야 한다. 선발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7월인데도 수온은 23도. 알몸으로는 좀 추울 수 있어서 전원 웻수트를 착용하고 입수하는 걸로 원칙을 세웠다.


첫날은 만지도 한바퀴.

전원 배에서 내렸던 연대도 선착장으로 집결했다. 바다수영에서 갤러리(?)가 있으면 그게 또 재미라, 일부러 출렁다리를 지나는 코스를 잡았다. 이장님께서는 이태째 찾아오는 신기한 그룹을 반겨주셨다. 그러면서도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데, 보수적인 편이라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이장님께 자꾸 민원 아닌 민원을 넣는다고 주의해 달라셨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서 수트를 입은 채, 몇 백 미터를 걸어서 이동해야 했고, 오는 동안 이미 땀 범벅이다.

입수 최적지로 정한 곳은 페리호의 선착장. 시멘트가 슬로핑 구조로 마감되어 있지만, 1~2미터 정도 낙폭이 있었다. 뭐 크게 개의치 않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다리 옆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도 마련했지만 모두 점핑으로 입수 완료.

DSC00826.jpg


드론으로 이들과 절경이 어울어지는 풍경을 담는다.

재작년부터 연안사고예방법 적용이 강화되면서 비상시 전원이 탑승할 수 있는 구조선을 반드시 띄워야 했는데, 소개를 받아서 통영의 통제영호를 빌릴 수 있었다. 통제영호는 일반 여객선을 개조해 마치 판옥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바다만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통제영호 이름에 걸맞게 왜란 중인 조선의 바다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살짝 풍긴다. 통제영호는 횡영 인원 옆에서 함께 움직이며 관찰하다가 비상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실 유사시 구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배가 높아서 오르기 힘들다. 실상 어떤 구조선이라도 전원을 구조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차라리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육지가 가깝다면 동시에 육지로 상륙하는 게 훨씬 낫다. 해경도 이런 점을 다 알지만 구조선의 구조 가능성과 구조 속도에 대한 부분은 법령에 없으니 일단 법에 적힌 대로 하는지 안하는지만 체크하는... 전체 참가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선 대여는 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버리는 돈이라 보면 된다. 이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기로 하자. 할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

DSC01112.jpg 판옥선 통제영호와 해경선박의 동행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핀수영은 속도가 빨라서 일행들은 출발지에서 2km 가까이 되는 섬의 서쪽 끝까지 가 버리고 육안으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원래는 끝부분 조금 못간 곳에서 유턴하기로 한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까지 가 버린 것.

드론이 기록도 하지만 육안 관찰을 대신해 줘야할 시간이다. 출격!

작년에 유턴했던 지점보다 훨씬 더 가서, 섬의 끝자락 너머에 멈춰 잠시 쉬고 있었다. 배터리가 얼마 없기도 했고 거리도 먼데다가 섬을 돌아가 버리자 신호가 완전히 끊어져 버린 드론. 일단 복귀시키고 배터리 교환해서 다시 날려 보내려는데, 전화가 왔다. 스탭 몇 분은 통제영호에도 타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분의 전화였다.


조류가 너무 강해서 원점회귀 하려고 합니다

곧 다시 돌아온다는 걸로 알고, 사람들이 가장 잘 보일 절벽 위 장소에서 기다렸다. 바람이 좀 있어서 거기 말고 다른 곳에서 조그만 드론을 띄우고 내릴만한 곳도 없었고.

조만간 사람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겠거니 하면서 하염없이 땡볕에서 드론을 대기하고 기다리기를 10분.

이상하게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통제영호도 섬 뒤로 가 버리고, 행사 전체를 멀리서 관찰하던 해경 선박도 사라졌다.

그렇게 20분... 30분...

'필시 무슨 문제가 발생했구나! '

만지도에서 외해 쪽 사면은 절벽인데, 절벽을 따라 가는 길은 없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누군가는 연락하지 않았을까? 어쩌다 보니, 육지에는 나 혼자만 있으니 연락이 와도 이미 왔어야 하는데...

'전화가 안 터질 수도 있나?'

바로 통제영호에 탄 분께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다른 분께 전화를 했다. 이미 시야에서 사람들이 사라진지 40분이 지난 시점.


"어, 되돌아가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조류가 너무 심해서 계속 제자리더라고. 안되겠다 싶어서 돌던 시계방향 그대로 섬을 한바퀴 돌아서 가기로 했어. 이제 거의 다 왔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진작에 이렇게 설명해 줬어야지...

바로 짐을 챙겨서 반대편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채 모래사장으로 내려서기도 전에 이미 선두가 코너를 돌아 들어오는 게 보였다.

DSC01116.jpg


실은 섬 끝부분은 조류 체크를 할 수 없는 구간이고 그쪽이 좌든 우든 조류가 수시로 변하면서 좀 거칠다고 해서 루트에서 뺐던 건데, 생각보다는 전진하기 괜찮았던 모양이다. 다만 거진 다 와서 만지도 선착장 근방이 가장 안정된 바다라, 이미 섬 주민들의 양식장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양식장은 잘 피해서 들어오면 되지만 육지와 양식장 틀을 연결한 굵은 로프를 조심해야 한다. 오랜동안 바다에 떠 있다보면 따개비에 날카로운 담치들이 들러붙어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수트나 피부가 찢어질 수 있다.

반면 물에 뜨는 재질이 아니거나 추를 달아 일부러 조금 가라 앉게 해 놓은 로프들이 많다면, 선두가 길만 잘 안내해도 안전하다.

나 혼자 괜히 걱정한 거에 비하면 다들 아주 상쾌한 얼굴로 모래사장에 올라선다.

안전을 위해 SUP 12대가 수영 인원을 앞뒤 좌우로 에워싸는 구조로 운영을 했기에 만약에 사태에 대한 대비도 철저했다.


통영이 가진 절경을 즐기면서 육지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접근성이 용이한 곳을 찾아 선택한, 연대-만지 아랏길.

이제 2회 째인데 숙소가 붐빌 정도로 참가하는 분이 늘었다.

해운대 같은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야생의 맛.

특히 이번 만지도 횡단은 말그대로 완전히 한바퀴 횡단을 한 거라 더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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