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연대도-만지도 횡단 수영 03

2025.7.12~13.

by 조운

여행기간 : 2025.07.12~13.

작성일 : 2025.07.19

동행 : 부울경바다수영협회 회원 90여 명

여행컨셉 : 바다수영


작년 행사 영상을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 급하게 만들었다.

참가했던 사람들은 거의 포기하고 있던 터에...

만들고도 어찌나 욕을 먹었는지... ㅋㅋㅋ


좋아하는 취미를 일부러 휴일에 시간내서 함께 한다면 얼마나 돈독해지겠나. 말해 뭐해.

저녁 식사 테이블이 모자라서 각 방에 있는 상과 가지고 간 휴대용 테이블까지 모두 동원해서 겨우겨우 80여 명이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인지 술자리인지 알 수 없는 자리가 잠시.

이미 가지고 간 술은 종류와 상관없이 바닥을 드러냈다. 빡세게 수영 한판하고 동행한 사람들과 술 한잔, 그것도 오늘 밤 아무도 집에 갈 필요도 없다는... 근데 술이 없다고? 실은 음식도 모자랐다.

작년엔 남아서 처치 곤란이었는데, 운영의 묘가 부족한, 그 보다는 이런 방식의 행사 경험이 부족했던 게 이런 문제들로 나타나는 듯. 좀더 면밀한 검토와 준비, 아니면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여튼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을 맞은 건 사실.

덕분에 연대도 선착장에 하나 밖에 없는 가게는 모든 것이 육지에서 보다 훨씬 비싼 술이며 음료며 물을 거의 다 소진할 만큼 팔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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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디서든 길을 만들어 내는 법.

갑자기 자신들의 가방에서도 한 병, 두 병씩 뭔가를 꺼내기 시작하거나 가게를 싹쓸이 하더니... 대부분이 야외에서 2차, 그 중 또 일부 3차 인원은 날을 새 버렸다^^

7월 초인데 선선한 바람에 모기도 없는, 마치 초가을 느낌의 날씨. 거기다가 도시와 떨어져 공기도 신선하기 이를데 없으니 술도 안 취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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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일탈의 맛이 1박 행사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

세시풍속에도 정말 바쁜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탈을 공식화하지 않았는가? 단오니 칠석이니 추석이니... 지방에 따라서는 광대놀음을 빙자해서 고관대작들 비꼬는 풍자극을 하기도 하고, 일종의 야자타임도 허락하는 하루.

고대 그리스에서도 디오니소스축제 같은 게 있어서, "오늘은 방탕하세"를 기치로 하루 정도 원래의 나를 버리고 완전히 망가지기를 작정하며 보냈으니...

굳이 고대, 중세의 인생들만 유난히 빡셔서 그랬던 건 아니올시다다. 시대를 막론하고, 산다는 건 늘 빡신 일이다.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에나 일탈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게 노예나 농노 노동력의 높은 재생산을 위한 고도의 장치로 기능했다 손 치더라도 말이다.

현대인이 그 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할리 만무. 매일하면 몹쓸 인간 되지만 가끔하면 삶이 풍요롭다.


아침 7시30분 집결.

물론 일부는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수영을 즐긴 이도 있고, 집결 시간은 커녕 다른 이들이 연대도 한바퀴 횡단하고 올때까지 꼼짝도 않고 누워서 인사불성인 이도 없진 않았다. (일탈이 우선이고 수영은 핑계였어...)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소 앞에서 입수해 마을 뒷편 몽돌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에 합류.

전날과 같이 드론으로 출발하는 이들을 촬영하고 수영인원이 섬 뒤편으로 돌아갈 즈음, 또 전화가 왔다.


"어제처럼 육지에 혼자 있으면 대응하기 어려우니까, 누구라도 좀 찾아서 현장 대응하게 해 줘"


어딘가 짱박혀서 자고 있을 동생 녀석을 목놓아 부르며 숙소를 뒤졌다. 역시나 어느 방에서 막 잠이 드려는 녀석을,


"커피 사줄게"

하고 일으켜 세워서는 일행들이 벗어 놓고 간 슬리퍼를 한 보따리 출수 지점으로 옮겨 주기로 한 분과 몽돌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모두가 커피 한 잔에 영혼을 파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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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약속은 당연히 지켰다.

연대도 이장님 사모님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뷰맛집!!. 저 자리에 앉아서 바라보는 창틀 프레임 속 풍경도 일품이다. 참고로 사진 속 둘은 이날 처음 본 사이라는 거^^

카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 뒤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으면 몽돌해수욕장과 섬 뒤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몽돌해수욕장.

커피 한 잔에 팔려와서 슬리퍼 수 십개를 막 다 내려놓으니 다시 전화가 왔다.


"출수하면 바로 마실 수 있게 생수를 좀 준비해 주세요."


한창 드론으로, 최선두 횡영 그룹 촬영중에 전화를 받고 나서, 다시 커피에 팔려 온 영혼들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ㅎㅎㅎ

신발 나르고, 생수병 나르고, 커피 얼음은 이미 다 녹았고,

바다에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안전요원들이 SUP타면서 케어하고,

많은 사람이 즐기려면 반드시 안보이는 조력자들이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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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 직전, 통제영호도 해경 감시선도 각자 임무를 마치고 제 갈 길로 간다.

또 이렇게 하나의 아랏길 동행수영이 일단락됐다.


섬까지 가서 그것도 1박 하면서까지 바다수영을 하겠다면 과연 누가 쉽게 참가할 수 있을까, 괜히 일만 벌여 놓고 결국 우리끼리만 하는 게 아닐까?

작년, 행사 기획단계에선 시작도 전에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래도 막상 도전해 보니, 생각보다는 번거롭지 않다는 인식에 또 이렇게 성대하게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내년엔 비진도로 함 갑시다. 비진도가 진짜 절경이지. 아예 올 가을에 협회랑 통영팀이 함께 답사를 함 가시죠."

전날 여러 동호회를 돌며 거나하게 술도 많이 되신 상태에서 오늘 SUP까지 운영하신 사람 좋은 협회장님. 무사히 성대하게 연대만지아랏길 동행수영이 잘 마무리되자, 많이 업 되신 듯 벌써 향후 추진 계획까지 약속을 해 버리신다.

그래서, 처음이 어렵다고, 간은 커지기 마련인지라... 비진도는 통영항에서 1시간 거리다. 그 까이꺼 뭐^^


그나저나 영상은 또 언제 만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