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9
여행기간 : 2014.1.26 - 1.29
작성일 : 2016.10.21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렌트카+등산
비행기 시간까지는 좀 남았다. 우리는 비싼 호텔에서 체크아웃 제한 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다.
제주까지 왔는데 흑돼지 한 번 먹어보자고 호텔 앞에 나오자 마자 처음 보이는 고깃집부터 찾았다. 맛이 나쁘다거나 식당이 별로였던 건 아닌데, 너무 비쌌다. 관광단지 안이라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꼬맹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까지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찾다가 발견한 곳이 '제주코끼리랜드'.
육상 동물 중에서 이 보다 큰 놈들은 없단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한다. 게다가 착하다. 채식하는 동물들의 이미지는 착하다는 거다. 착하기만 하다가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하는...
저 덩치에게 저런 동작을 관객들 앞에서 차질없이 선보이기 위해, 무대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는 사파리까지는 아니라도 좀 좁지만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갔는데, 공연장에서의 쇼가 전부였다. 아쉬웠다.
코끼리를 만나려면 인도나 아프리카를 갔어야 하는 거다.
기왕왔고, 딱히 다른 대안도 없고, 애들은 코끼리를 지근 거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고...
심리적으로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이왕 간 거 적극적으로 즐겼다.
저기 코끼리 발아래 엎드린 건 나다. 관객중에 아무나 신청을 받는데, 가장 먼저 번쩍 손을 들었다.
첫째가 그런 아빠를 찍었다. 좀 줌인해서 찍었으면 얼굴이라도 나왔을텐데...
제법 긴장되었다. 갑자기 그동안 조련을 당하면서 느낌 회한이 폭발하면 어쩌나 하는.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애들 엄마도 각고의 노력을 다 했다. 가족들 몇 팀을 나오라고 해서 저렇게...
즈려밟...지 않고 지나도록 했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잠시뿐.
더러 제주도 가족여행을 회상하면서도 유독 코끼리 얘긴 별로 하지 않는다. 애들에게도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진 못한걸 테다.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 지방에 가면 그곳의 토속적인 면이나 통속적인 면을 중심으로 동선을 잡아야 한다는 철칙.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기는 어설픈 눈요깃 감(사진은 없지만, 생각해보니 중간에 잠시 말도 탔었다. 나중에 우리애들은 교육청에서 방학중에 운영했던 승마캠프에도 참여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에 현혹되지 말자는...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곳은 없다. 애들이 그곳을 그곳답게 인지하고 되뇌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그때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코끼리들의 노고와 함께 거기서 일하고 있는 동남아 분들로 보이는 남녀 쇼맨들의 억지 표정이 더 맘에 걸려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한다. 왠지 주눅들어 보이고, 애처로와 보였던 코끼리의 눈과 긴 장화를 신고 연습한 대로 두 팔을 벌리는 이국에서 온 아가씨의 눈빛.
푸른섬 제주도의 풍광을 누리러 방문한 우리나 돈을 벌기위해 가족들을 두고 먼 타국에 온 저들이나 한 날 한 시에 이곳에서 만나서 서로 생뚱맞은 짓을 하고 있다는 연민. 그 연민은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조차 생뚱맞은 관광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나에 대한 연민이었고, 제주도로 무수히 찾은 어린 자녀를 둔 아빠, 엄마들에 대한 연민이었던 것 같다.
더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더 많은 순간을 행복한 만족으로 채우고 푸른섬을 떠난다.
애들은 이사오자고 할 정도... 좋았던 모양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애들이 자라, 어른 4명이 여행을 온다면, 십 여 년 전 추억의 장소와 새로운 취향의 장소를 만들면서 다닌다면 그 행복이 쭉 이어지지 않을까?
우리 가족이 점차 나이가 들면서 한 번 가봤던 곳을 다시 찾았을 때 느낄 감흥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더 많은 곳을 다녀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왔다.
행복은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온다
미래에 우리가 더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을 살기로 했다. 다시 찾아올 곳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 행복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좋은 학벌을 쫒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 아닐까?
_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