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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일주01_철저한 준비?

2015.8.9

by 조운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1.3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야쿠시마 함 더 가자


예전 포스팅에서 밝혔다시피, 남들과는 좀 다른 신혼여행을 다녀왔었다.
"야쿠시마"
지금은 여행사 중에서 야쿠시마를 다루는 곳도 있더라마는, 아직 듣도 보도 못한 곳이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물려 10년 전엔 오죽했을까? 그때 여행사를 하고 있던 '곡's'가 숙박이며 교통편을 도와줬는데, 보라카이, 파타야 등등 당시 한창 신혼여행지로 뜨는 곳들 다 놔두고, 도대체 자기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가려는 우리들때문에 고생 꽤 했다는 얘길 아직 한다.


큐슈까지는 어떻게 해 볼께.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겠다. 나도 모린다


정말 우리가 알아서 했다. 일본어로 된 사이트 뒤져서 찾아낸 민숙집이 "화숀관(패션관)"이었다.
민숙집 주인 아저씨 '히다카'상은 60평생 야쿠시마로 신혼여행 온 사람들은 첨 본다 그랬다. 더구나 외국인이.

벌써 햇수로 결혼 10년이다.
농담반 진담반 히다카상한테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애들 낳아서 다시 오마 약속하고 떠났는데...
그 약속때문이라기 보다는 10년이나 함께 살면서 첫 출발했던 곳을 다시 다녀오는 게 우리 가족에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따지고 보니,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제주도 빼고^^)이구나.
마눌님은 늘 비치파라솔 아래 선베드에 누워 망고쥬스 한 잔 마시다 까무룩 잠드는 로망을 피력했지만, 10주년, 야쿠시마, 가족 등에 버무린 내 세치 혀 끝에 굴복하고 말았다^^.


아니다, 8박9일로 큐슈 전체를 함 돌자


세상에 안 가 본 데가 얼마나 많은데, 두 번째 해외 여행에 또 같은 델 가냐는 말은 수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번처럼 야쿠시마와 가고시마만 돌고 오는 것보다는 좀 무리해서 아예 큐슈 전체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개괄적으로 일정을 잡고 가능한 박수를 계산해서 전체 여행 기간을 잡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나^^"

그래서 나온 숫자. 8박9일!! 그러고도 남들 다 가는 오키나와는 안 간다는 거... (야쿠시마에서 조금만 더 가면 오키나와지만, 오키나와는 그냥 오키나와다, 큐슈라기 보다는)
9일이 절대 길지않다. 정말 타이트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좀 나른하게 보내는 날도 있으면 좋으련만 가능할란가 모르겠다. 제대로 여유를 즐길 정도의 여행 내공이 내겐 아직 부족한 듯 싶다.

대략, 배를 타고 후쿠오카 > 사가 > 구마모토 > 가고시마 > 야쿠시마 > ? > 벳부 > 유휴인까지 들렀다가 다시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았다.
어차피 렌트해서 움직이는 거면 동선이 자유로우니까, 사가에 계신 '유카'상한테 메일로 찾아 뵙겠다고 했다. 답 메일에는 좀 곤란하다신다. 몸이 너무 안 좋단다. 얼굴만 뵙고 바로 가겠다고 하니, 실은 며칠 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몸살이 와서 몸져 누워있다고 했다.
간단하게 조의를 포하고... 그럼 우리가 일정을 마칠 때 쯤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혹시 그 사이에 몸이 좀 괜찮아지면 얼굴이라도 뵙고 가겠다고, 무리는 마시라고 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거의 억지를 부린 것 같다.
그런 큰 일을 당했으니 당연, 다음에 들르는 게 예의지만 너무 보고 싶어서 떼를 썼다.
유카상은 신혼여행 때 야쿠시마에서 산행 도중 만나 같이 한나절을 보낸 인연으로 지금까지 연락하고 만나고 있는데, 우리 여행의 의미를 생각하면 꼭 만나야 할 분이긴 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이기적인 판단이었다고 후회도 좀 되지만, 당시엔 그렇게라도 뵙고 싶은 맘이 컸었다. 그리고 결국 그 집에서 하루 잠자리를 얻어서 지내고야 말았으니... 참.

유후인에서 사가까지는 거리가 좀 되니까 안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는 현지에서 추천을 받아서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비워두었다. 지금 정한 곳만 둘러봐도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안되면 야쿠시마에서 바로 벳부로 갈 수도 있는 건데, 추천 여하에 따라서 벳부 이후 일정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북큐슈야 가까우니까 언제라도 또 올 수 있지만, 남큐슈는 살아 생전 또 언제 올 지 모르니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별 다른 대책이 없다^^. 닥치면 해결하자는 게 이번 여행 일정인 거다. 마눌님도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고 신경을 끈 상태고...ㅋㅋ
난 이런 여행이 너무 재밌더라고.^^


전체 일정 렌터카로, 숙박은 그날그날 봐서


일정이 유동적이니 선택지는 렌터카 밖엔 없었다.
원래 계획은 후쿠오카에서 빌려서 가고시마에서 반납, 다시 야쿠시마에서 빌려서 섬을 나갈 때 반납(신혼여행 때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가고시마에서 다시 빌려 후쿠오카에서 반납으로 잡았다.
근데 계산해 보니, 아예 후쿠오카에 도착하자마자 렌트해서 배 타기 직전까지 그 차를 쓰는 가격이랑 크게 차이가 없었다.(일본에선 차량을 빌리고 반납을 다른 곳에서 하면 송영비라는 게 아주 크다)
야쿠시마로 들어가는 페리에 차량을 싣는 게 조금 비싸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고, 우리 몸은 훨씬 편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선택을 했다.
렌터카는 곡's의 도움으로 보험까지 미리 예약 및 결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일본에서 차량 렌트를 계획한다면 무조건 보험을 들면 좋다. 사고 없으면 본전 생각이 나는 게 보험이지만, 낯선 곳에서 차량을 운전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꼭 있다. 우리도 멀쩡하게 잘 가고 있던 도로에서 양복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사회 초년생 같은 이가 백미러를 치고 갔던 적이 있다. 우리는 거의 느끼지도 못했는데 그가 와서 "스미마셍"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해서 알았을 정도로 경미한 접촉이었다. 그래도 사이드미러에 약간의 흠집이 잡혔다. 그리고 흙길과 산길을 지나면서 튄 돌에 맞은 자국, 나뭇가지에 걸려서 긁힌 자국들이 제법 생겼는데, 반납시 이 모든 것들을 하나도 보지 않고 그냥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무조건 보험을 들어야 한다. 그게 남는 거라는 거.

떠나기 전 예약한 숙박은 히다카상의 민숙 2박이 전부다. 나머지는 그때 그때 해결하기로 했다.
'그때그때'에는 야영도 포함이다^^. 내 배낭엔 텐트도 들어있으니까.
결론적으로 미리 밝히자면, 텐트를 가져 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떠나기 열흘 전부터 세웠는데, 이 정도면 미리미리 준비한 셈이지 않을까?
허술하기 그지없는 준비 과정 뒤, 덜컥 출발 당일이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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