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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닮은 Feb 16. 2022

꾸준히 하는 게 있나요?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게 꼭 매일 몇 시간을 들여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띄엄띄엄 이긴 하지만, 놓지 않고 하는 게 있다면 그것도 꾸준히 하는 걸로 끼워주면 어떨까. 좀 더 너그러운 의미에서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참 많은 편인데 말이다. 글 쓰는 일, 책을 읽는 것, 나만의 이색적인 가게 찾기, 친구들에게 편지 쓰기,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홈트레이닝 등의 운동,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등등. 좀 더 촘촘하게 꾸준히 하는 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이런 일들을 하다 말았다고 표현하기는 애매모호하다. 


꼭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그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일이 계속 있다는 것. 매일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하고 있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들이 경제적인 유익을 주지 않음에도 꾸준히 하게 될 때에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성취지향의 시대, 결과 중심의 시대에 살면서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이 멍청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생각해 본다면 그 자체로도 꽤나 가치 있는 일들이 많다. 이것을 우리는 취미라고 부르고, 취미가 깊어지면 덕업 일치의 일이 되기도 한다. 어서 결과를 내라는 세상의 소리에 휘둘리며 다급히 움직이기보다 자기의 속도에 맞춰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들을 이어 나가면 어떨까. 좀 더 여유롭고, 어쩌면 고양이가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이 지내는 거다. 고양이가 햇살을 쬐고 나른함을 즐기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일 수 있듯이, 우리의 삶에 꾸준함이 조금은 느리더라도 시시각각을 누리면서 흘러가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여정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더 욕심이 나는 분야가 생길 것이고, 그때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시간을 쪼개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천천히 가는 속도에 마음을 뺏긴다. 도시와 현대사회와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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