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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닮은 Apr 15. 2022

나는 왜 항상 반성일까

엄마한테 많이 혼나면서 자랐다. 너는 이게 문제고, 저게 이렇고 저렇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고, 손이 많이 가고 어쩌고 저쩌고. 아직 독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자주 듣는 잔소리다. 그래서일까, 일기를 쓸 수 있는 나이에서부터 지금까지 나의 일기장과 생각에는 반성이 많다. 엄마를 탓하고 싶다. 정말 엄마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 정도는 늘 나아지고 싶어 하는 사람의 진취성 때문일 것 같다. 어제보단 조금 나아진 오늘의 내가 되고 싶고, 내일은 그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기본적 성장욕구일테니까.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성장욕구가 강한 사람 축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일기장에는 반성문이 한가득이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기간을 길게 띄어쓰기도 했지만,) 어느 다이어리 아무 장이나 펴도 쉽게 발견하는 것이 반성문이다. 나에 대한 반성, 하루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 일에 대한 것 등등 이런 것도 반성할 수 있는지 누군가 궁금해한대도 할 말이 없다. 덕분에 크게 엇나간 적은 없다. 일탈행동도 거의 해본 적이 없고, 통념적으로 그렇게 하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쪽으로는 생각도 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겠다. 스무 살이 되고 내가 한 가장 큰 일탈은 클럽에 가는 거였다. 그래 봐야 지금까지 클럽에 간 횟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는 정도이지만. 처음 세 번 정도는 클럽이란 곳이 내게 그렇게 큰 일탈이자 자극적인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어두컴컴하고 사람이 옴짝 달짝할 수 없을 정도로 붙어 있었고, 다들 각자의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몸짓을 하며 춤을 추거나 이성을 겨냥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마약 같은 것이 실제로 있다고 하기도 하고, 술은 진탕 마셔도 상관이 없고, 담배를 줄줄이 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곳은 내가 아는 가장 문란하고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맨 처음에는 대학에 입학하고 클럽문화를 즐기는 친구의 손을 잡고 클럽에 입성했는데 너무 어색하고 재미도 없었으며, 나는 춤을 추러 간 건데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조차 없이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서 이건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싶었다. 덥기는 얼마나 더운지 땀에 절었고, 담배냄새가 너무 싫었으며 번쩍이는 조명과 귀가 터질 것 같은 음악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재미없고 무섭게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그래도 한 두 번은 더 가보고 싶은 마음에 좀 더 나랑 상관없는 친구들이랑 갔던 클럽에서는 재미를 찾았다. 음악에 춤을 추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이성의 시선을 즐기는 기분도 경험했다. 여전히 담배냄새는 싫고, 술도 잘 마시지 못해 한두 잔 정도가 전부였지만, 위의 두 이유로 꽤나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일탈이 되는 기분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클럽에서 잘 논 경험으로 가끔 클럽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아마 내가 꽤나 잘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다. 정작 주위에 클럽을 즐기는 친구들이 없어서 갈 일이 이후로 거의 없었고, 뭐든 한번 제대로 경험한 것으로 만족하는 성격이라 클럽 죽순이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내심 클럽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인식이 내가 그곳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던 것 같다. 한두 번 제대로 놀아본 것으로 충분했다. 


나의 반성 습관 덕에 잘못된 일에서는 재빠르게 발을 빼낼 수 있다. 물론 그게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게으름 같은 것에서는 영 실력 발휘를 못한다.) 가치 기준에서 잘못된 것에서는 돌이키기 쉽게 해 준다. 그래서 윤리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거의 한 적이 없고, 그런 것들은 생각만 해도 재빨리 물리쳐낸다. 이것이 대단히 특별한 능력은 아니겠지만, 남들보다 더 바르고 도덕적으로 살아온 편에 속하는 것은 확실하다. 이것으로 나는 나를 모질게 혼쭐 내는 것에 익숙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식이 바른 길에서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겠지.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면 엄하고 단점을 고쳐주는 엄마가 될까? 바라기로는 엄하게는 대하되, 장점을 눈여겨 봐주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이 마음을 가지고 참을성 있게 아이를 대한다면 나는 꽤나 좋은 엄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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