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닮은 Feb 24. 2022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내게는 고치지 못하는 악습이 남아있다. 바로 손톱 뜨는 버릇. 언니만 있던 내게 네 살 터울의 남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습관으로 불안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던 것 같다. 불안이 습관이 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뜯게 된 손톱은 여태껏 기르지 못하고 뭉툭한 모습이다. 친한 친구 중에는 광고 촬영에 나온 내 손만 보고 나임을 알 정도로 내 손톱은 개성 강하다.


여태껏 못 고쳤지만, 그래도 한번 고쳐보자는 일념으로 최근에는 3주 동안 손톱을 뜯지 않고 기르다가 젤 네일숍에 방문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매니큐어 한번 제대로 발라본 적 없는 내게 네일숍은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곳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손톱관리를 받으러 다니는 곳이었건만. 내게는 그럴만한 손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기른 손틉에 가장 바르고 싶은 색 한 가지를 입혔다. 

색도 있고 두껍기까지 해서 웬만해서는 뜯을 수 없었다. 그렇게 꽤나 마음에 들게 바른 손톱을 또 한 달 더 길렀더니 제법 보통 사람의 손톱 같아졌다. 짧았던 손톱 안에 살도 차으르고, 돈을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뿌듯함도 잠시 두 번째 컬러는 개인 사정으로 컬러를 칠할 수 없게 되어 투명한 젤로 발랐다. 한 일주일은 잘 유지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그 두꺼운 젤을 손으로 뜯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나 두 개 벗겨내더니 어느 순간 다 뜯어버렸다. 도로아미타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었지? 역시 세 살 버릇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잠깐의 뿌듯함은 또 저 멀리 사라지고, 여전히 짧고 뭉툭한 손톱을 벗 삼아 지내고 있다. 회원권을 끊어놓은 탓에 언제 다시 네일숍을 방문해야겠지만, 지금은 왠지 때가 아닌 듯싶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나의 목표에는 손톱 기르기가 적히겠지. 절대 투명 젤은 바르지 않기. 꼭 짙은 색으로 감춰두기. 다음번 목표 실천 팁!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 대한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