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사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플로리스트로 14년째 일하고 있는 한유진입니다.
Q. '플레리끄'샵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불어로 꽃이라는 뜻의 FLEUR 와 상점이라는 뜻의 BOUTIQUE
의 합성어인 FLEURIQUE '플레리끄'입니다.
꽃가게라는 뜻의 불어를 사용한 거에요.
Q. 왠지 그런 의미일 것 같았어요.
그쵸! (매우 반가워하시며) 그런데 많이들 가게 이름을 어려워하시더라구요.
최근에 동네에 새로 생긴 옷가게 사장님 남편분이 처음으로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해주셨어요....뿌듯했답니다.
아쉽게도 보통은 이름의 뜻을 잘 유추하지 못하세요.
Q. '부티끄'라 하면 고급의 가게를 연상하게 되는데
혹시 그런 의도로 이름 지으신 걸까요?
부티끄라는 의미가 불어로는 그냥 상점을 뜻하는데
한국에서 '부티끄'를 사용하게 되면 고급 상점의 의미를
더 연상하시는 것 같아요. 두가지의 의미 모두를 담고 있습니다.
흔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꽃을 드리고 싶은 제 마음도 담겨있구요.
Q. 이 곳 골목에 자리 잡은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특별히 이 곳에 자리잡으신 이유가 있으세요?
이제 4년차가 되어가구요.
샵은 집 근처에 내게 되었습니다. 꽃집을 운영하면 꽃시장에
늘 가야 하는데 꽃시장과 집 그리고 샵이 다 다른 곳에
있으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샵은 거주지 근처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한적한 곳이라 좋았어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지만
sns를 통해 저의 꽃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방문해 주실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전에는 어디에서 일하셨나요?
이전에는 계속 호텔에서 근무했어요. 학부는 원예디자인을 전공했구요.
호텔에서는 웨딩 관련 꽃 일을 많이 했고, 리테일분야에서도 일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저는 제 디자인 욕심이 많은 편이라
연차가 쌓일수록 제 디자인을 하고 싶은 마음에 호텔을 그만두고
지금의 샵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Q. 정말 꽃길만 걸어오셨네요. 꽃 외길인생, 멋져요.
저는 한 가지 일을 오래하신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길을 싫증내지 않고 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으실까요?
저도 제가 이렇게 한 길만 계속 걸을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꽃 외에 다른 것에서까지 그렇게 꾸준한 편은 아니거든요.
비결은... 저는 꽃이 정말 좋아요.
호텔을 그만뒀을 땐, 다시 꽃을 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쉬는 동안 '꽃을 안 하면 나는 정말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일하게 되었습니다.
Q.꽃을 안하면 정말 못 살 것 같다니, 정말 이 일을 사랑하시는 게 느껴지네요.
지난번에 사장님이 우리가 나눈 대화에 대해
'"예술인"으로서의 고민'이라고 SNS에 적어주신 글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제가 예술인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사장님이 그렇게 이야기 해주셔서 다시 한번 제 직업에 대한 정의를 내려볼 수 있었어요.
사장님은 꽃을 상품을 넘은 예술로 대하시는 게 정말 멋져요.
저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보면서 늘 설레요. 새벽시장에 가는 일이
고되긴 하지만, 제겐 가장 설레는 일 중에 하나랍니다. 시장에 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꽃이 나와 있을까', 기대하면서 가게 되는데 새로운
꽃들을 보면서 영감이 마구 떠올라서 다양한 꽃을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분들이 주고 받으며 스스로에게도 선물하는 꽃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플레리끄에서도 획일화된 꽃다발, 바구니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요.
인터뷰 도중 손님이 방문하셨는데,
십수년의 노하우로 슥-슥 소재를 고르고 어울리는 디자인을
해내는 솜씨에 감탄했어요.
Q. 10년이나 넘게 일을 계속 하시면서도 아직도 열정이 넘치시네요.
그 열정의 근원이 뭘까요? 식지 않는 열정이 있다는 게 부럽네요.
꽃은 4계절이 있잖아요. 그 계절에 따라 볼 수 있는 꽃이 다른데,
그럼 그 꽃을 1년에 한번만 볼 수 있는 거에요. 저는 그게 매력적이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새로 나오는 꽃들, 시장에 잘 나오지 않던 꽃들을 보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꽃이라는 게 소재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많이 달라지다 보니까
그 점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일이 창의적인
일이다 보니까 계속 질리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I'm still hungry' 저는 아직도 배고파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아직 못해본 것도 정말 많아요.
Q. 정말 헝그리 정신이네요. 그래도 사업으로 하시니
꽃을 예술로만 보긴 어렵잖아요. 상업과 예술,
그 간극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의 꽃을 하려고 샵을 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시그니처 컬러를 '브라운'으로 잡고
앤틱하고 빈티지한 무드 디자인을 주로 선보였어요.
딥하고 다크하고 비비드한 컬러를 선호해요.
꽃집에서 대개 쓰는 파스텔 계열과는 대조되는
선택이죠. 샵 인테리어를 할 때에도 테이블이나 외관에
딥한 브라운 컬러를 메인으로 잡았어요.
그렇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고 싶은데 사실 많은 분들이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디자인은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더라구요.
지금은 조율해서 손님들의 대중적인 취향을 맞춰서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저의 감성 한 스푼을 넣어 고심해서 디자인해 드려요.
찐단골 손님들의 경우에는 저의 감성으로 디자인해달라고 주문 주시기도 하고요.
저를 믿고 제 취향대로 만들어 드렸을 때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땐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하죠.
Q. 운영을 위해 스타일의 절충안을 찾아가고 있으신 것 같아요.
사장님이 추구하시는 스타일의 꽃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네, 절충의 과정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2를 하기 위한 8이 필요한거죠.
2의 비중을 점차 늘릴 수 있기를 바라지만
2를 할 수 있게 해주는 8의 존재에 늘 감사함을 느끼며 소중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 해요. 이 8에도 저의 개성을 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8을 예쁘게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도 저의 개성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2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갈망이 매우 크답니다. 저는 시중에 많이 거래되는 대중적인 꽃도 좋지만,
그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훨씬 더 다양한 꽃을 활용해
분위기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흔히 '꽃'하면 선물을 주고 받는
꽃다발, 꽃바구니만 생각하시는데, 꽃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보다 훨씬 다양해요. 다양한 종류의 꽃과 소재로 꽃을 더 넓게
접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꽃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거든요.
Q. '꽃의 스펙트럼이 넓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스펙트럼이 있고, 대중이 꽃을 어떻게 접하면 좋을까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원데이 레슨을 열었는데,
다양한 선택지에서 고객분들이 흔히 잘 알려진 것들로만
선택을 하시는 거에요. 저는 꽃으로 샹들리에도 만들 수 있고,
그런 다양한 활용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다양하게 준비했는데
아주 실용적인 선택만 선호하시더라구요. 꽃병에 꽃을 꽂거나 하는 것들.
입체적인 디자인,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으로 꽃을 접해보시면 좋겠어요.
'경험'으로서 꽃을 대하면 어떨까 싶어요.
'있는 그대로' 바라보구요.
아직도 꽃은 일주일 있다가 시드니까 너무 아깝다고만
여기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직접 다양하게 접해보시면
참 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꽃의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보고, 만지고, 느끼는 행복감이
정말 크거든요. 살아있는 생물이잖아요. 생물과 교감하는
것도 정말 매력적이구요.
아직도 꽃은 일주일 있다가 시드니까 너무 아깝다고만
여기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직접 다양하게 접해보시면
참 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꽃의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보고, 만지고, 느끼는 행복감이
정말 크거든요. 살아있는 생물이잖아요. 생물과 교감하는
것도 정말 매력적이구요.
사장님의 꽃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명감이 느껴져요. '경험으로서 꽃',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사람도 생물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진짜 가치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Q. 혼자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체력적으로 쉽지 않아요. 꽃이 생물이라는 점 때문에 관리하기도
쉽지 않구요. 꽃이 흔히들 비싸다고 하시는데, 관리하기가 정말 까다로운 점과
운영하시는 걸 보신다면 이해하실 거에요. 저도 될 수 있다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드리고 싶은데, 기본 운영비가 있기 때문에
일정 가격 이하로 단가를 낮추기는 어려운 부분이에요.
Q. 그래도 아까 보니까 꽃 정말 많이 담아 주시던걸요.?
저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주시는 거 아니에요?
(공감하며 웃으시며) 그쵸... 저 정말 많이 담아 드려요.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러다 보면 자꾸 하나 둘씩 추가해서 드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한답니다... 예쁘게 받아가시면 정말 기분이 좋잖아요.
저는 그런 분들 정말 좋아해요. 꽃을 선물하려고 주문하셔서
가져가시려는데 너무 예쁘다고 선물하기 싫다고 하시는
손님들 말이에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 그 부분은 제가 잘 담당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그런 경험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손님이
좋다고 하시다니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손님 입장에서는!
꽃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 걸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정말 좋고 꽃을 하는 입장에서 뿌듯한 순간이에요.
샵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식물과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어요. 과하지 않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사장님을
닮은 가게의 모습이 정감이 갑니다.
Q.그런데 꽃을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취미레슨이라도 받아야 경험하게 되는데, 꽃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
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꽃은 역시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게 전부에요.
실물을 접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요즈음에는 꽃에 관한 이미지나
영상이 잘 나와 있어서 그런 것들을 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돼요.
다른 공예는 매듭법만 알아도 전문가 수준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데
꽃은 온전히 식물을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경지가 되려면
매일 하는 기준으로 5년 즈음은 걸려요. 그만큼 과정이 길답니다.
많이 다뤄보고 관찰하면 그만큼 많이 늘어요.
제가 호텔에서 일할 때 저의 상사분이 매번 하시던 말씀이
꽃을 잘 꽂으려면 자연을 많이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자연을 닮은 꽃을 꽂아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관찰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꽃의 컬러가
한가지가 아니거든요. 파란색이어도 점진적으로 그라데이션이
된 파란색인지 비비드한 파란색인지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자세히 보면 정말 다 다르고 무한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자연에서도 보고 느끼고 관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어느새 꽃에 대한 지식과 애정 능숙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연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네요.
네, 정말 그래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여행을 많이
다닌 시절도 있어요. 자연을 관찰하려구요.
그래서 사장님의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역시 자연과 인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네요.
그리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구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따뜻하고 열정 넘치는 대화 즐거웠어요.
사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열정과 성실성을 배우고 갑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꽃을 보는 행복감을 많은 분들이 느껴보셨음 좋겠어요.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말이에요.
그런 감성을 가지고 바라보고 접하다 보면 분명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절대
"꽃 값 아깝다" 는 말씀 안하실 거에요.
꽃이 일상에 깃들어 함께하는
여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인터뷰어의 한 마디
인터뷰 도중 오신 손님의 꽃다발
중년의 남자 손님은 아내가 꼭
이 집에서 사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고.
공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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