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직장인들은 몸이 예뻐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한다는 글을 봤다. 그 멘트에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여전히 어리군, 하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 말이 내게는 상관없는 것처럼 들렸다. 올해 급다이어트를 끝내고 나서 운동을 손 놓고 지낸 지 6개월쯤 되니 슬슬 옆구리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불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운동을 좀 시작해야겠는데? 하며 오랫동안 나의 로망이었던 무용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봐 둔 무용학원이 있었는데 마침 원데이 클래스 할인 이벤트를 한다길래 빠른 결제를 했다. 일대일 레슨이라 가격이 만만찮아 미루고 있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요가를 할 때에는 나름 유연한 편이라는 소리깨나 들었던 터라 내 몸이 뻣뻣할 것이라는 의심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가벼운 마음으로 킥보드를 타고 학원에 도착했다. 무용학원의 공간은 내가 좋아하는 톤의 우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서 더욱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만에 레깅스와 스포츠브라를 챙겨 입고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선생님과는 안면이 있어서 편안하게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50분 풀로 몸의 균형을 맞추는 스트레칭 시간으로 이루어진 클래스는 생각보다 길고 지루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내심 '어어.... 나 원래 이 동작 잘 됐는데 왜 이렇게 불편하지?'와 객관적으로 어렵지 않은 수준의 동작들인데 왜 이렇게 몸이 안 따라주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채 수업을 따라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몸이 많이 뻣뻣하다면서 운동을 안 하는지 물어왔다. 운동을 고강도로 하다가 푹 쉬기를 반복하며 지낸 지 십 년이 됐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럴 거면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몸에 더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인대가 늘어났다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 운동하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고.
그래도 몸을 쓰며 일을 하던 사람인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충격이 크게 왔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수업을 듣고 재미있으면 레슨을 끊어 어서 춤을 추겠다는 결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몸 중 가장 아픈 부위는 왼쪽 어깨였다. 몇 개월 전부터 잘 올라가지 않고 불편감을 느껴왔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부위인데 스트레칭을 따라 하다 보니 어깨와 목이 많이 불편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어머님들 오십견 수준이라고... 2차 충격. 나는 유연하지도 않았고, 골반도 틀어져 있고, 어깨와 목은 우리네 어머니의 몸처럼 망가져 있었다.
순간 이 지경이 되도록 내 몸을 돌보지 못한 내가 한심한 마음이 들어 속상함이 밀려왔다. 선생님은 이때다 싶어 영업을 하셨고, 자신이 병원에 가서도 고치지 못한 환자들을 스트레칭으로 고친 사례가 여럿 있으니 다른 데에 돈 버리지 말고 나와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이럴 때 나의 귀는 팔랑팔랑 하늘 끝까지 날아가고 만다. 이번 달까지는 10회를 등록하면 1회 추가를 해주니 이득이라는 말에 10회 플러스 별 이득도 되지 않지만 나의 몸을 위한다는 마음의 위로로 추가 5회를 더 결제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네가 이러고도 몸을 쓰는 모델이 맞느냐며 자꾸만 스스로를 책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팟타이 한 그릇을 30분 동안 기다려 먹는 것으로 기분 전환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걸로는 기분전환이 되지 않았는지 가족들은 왜 그렇게 울상이냐고 물었다. 평소에 돈을 허투루 쓰지 않지만 뭔가에 꽂히면 큰 금액도 고민 없이 결제하는 날 보며 가족들은 돈 쓸 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지 못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라 기분이 안 좋다! 고 적어본다.
집에 와서 어깨를 계속 풀어주는데 풀어줄수록 안 좋다는 걸 더 직감한다. 왜인지 수업을 받은 후에는 무릎까지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의 말을 위안 삼아 본다. 선생님 본인도 몸이 틀어졌는데 스트레칭으로 유지관리를 계속한다고. 이제는 몸이 좋아지기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니라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명감으로 운동을 하는 거라고. 이제라도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관리하면 된다는 그 말. 네, 그래서 제가 15회를 결제했습니다. 그것도 개인 레슨을 말이죠! 그래도 아직 어리니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함) 저는 조금 더 몸이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열심히 레슨 해서 돈을 더 벌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