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고, 단풍이 예쁘게 물든 가을이 왔다. 평일 낮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나에겐 이런 날씨를 혼자 두는게 아쉽기만 하다. 취향이 잘 맞는 친구와 산에라도 가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밀려온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어렵지 않게 잘 지내는 편인 나는 사람 좋아하는 리트리버 같다. 서른이 넘어서는 쉽게 친해지는 것에 회의를 느껴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별 다르게 나쁘지 않은 사람들과는 천천히 친구가 된다.
오래된 친구들과 이런 날이면 근교로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내가 움직이는 걸 꺼리다보니 점차 오래된 친구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당연하게 여기다가도 문득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만 혼자 친했던 걸까. 아니면 우리의 관계 유통기한이 지난건가 싶어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사람이 있다. 아주 가깝게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고,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실한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달라진다. 그 사실이 씁쓸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오래되고 친한 친구들의 연락이 뜸해졌지만, 그 중에서도 계속해서 연이 이어지는 관계가 더 빛나기도 하고, 자주 보진 않아도 만나면 편한 친구들이 있다.
소중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나 리뉴얼된 관계만 있다보면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래되어 짙은 향과 편안함이 있는 관계를 빚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관계와 오래토록 곁에 있어주는 관계 모두에 감사한 마음을 보내고 싶다. 이 가을에, 그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눈을 떼어 물들어가는 단풍을 바라볼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