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축구를 봤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원래 스포츠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야구경기 관전하러 한 번 가본 것과 평창올림픽에 알지도 못하는 스키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보면서 경기장 분위기만 느낀 것이 내가 경험한 스포츠의 전부이다. 운동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직접 해 본 것이라곤 중고등학교 시절 수행평가로 했던 배드민턴이나 농구, 학교 행사로 했던 반대합 발야구, 축구 정도다. 가장 즐겼던 스포츠라면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애들의 전유물인 피구 정도라고 할까.
아무튼 스포츠랑은 거리가 먼 내가 이번 월드컵 축구를 응원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남 잘 되는 걸 싫어하는 게 사람이지만, 유일하게 스포츠만큼은 남이 잘되는 걸 응원하는 문화다. 직접 뛰는 사람보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문화. 그리고 완전히 하나가 되게 만드는 문화. 그게 참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단체전이 더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끼리의 단합력도 보이고, 그것이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큰 수술에도 불구하고 안대투혼을 벌인 손흥민 선수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부상투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포루투갈전에서 상대방의 차례에서 빗겨 나온 공을 홀로 끌고 골대로 향해 황희찬에게 짧지도 길지도 않게 전해준 패스는 다시 봐도 완벽에 가까웠다. 저 잘하는 선수가 안대를 쓰고 시야가 갇힌 채로 경기를 뛰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결국은 16강 진출을 이뤄내는 선수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이런 데서 써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한국인의 투지는 어려운 상황일 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의 삶에 적용하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내가 지금 어렵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저 선수들처럼 뛰어보고 싶은 마음. 그런 희망을 갖게 하는 게 스포츠의 역할이 아닐까. 오늘의 축구는 졌다. 그것도 꽤나 큰 실력차로. 전반전에서 4골을 내줬으니 후반전에서는 거의 자면서 귀로만 해설을 들었다. 끝나가는 상황에서 백승훈 선수의 골로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그것으로도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포루투갈전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봤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저력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스포츠는 에너지 같은 거구나. 승리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환호하게 되는, 그래서 나의 삶 속 당연하지 않은 승리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에너지. 2022년 대한민국 16강의 역사가 우리 각자의 삶 속의 저마다의 역사로 흘러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