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꼬네 다큐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지 않는 업을 삼는 예술인의 생애란 어떤 것인지 배운다. 클래식 음악인으로 인정받는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그의 걸음은 생각과 같이 되지 않았다. 음악원을 다닐 때부터 생계를 위해 클럽에서 트럼펫 연주를 해야했다. 밤에는 연주를 하고 아침이 되면 학교를 가는 생활을 하면서 수치스럽고 음악을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많은 예술인의 삶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마구잡이로 쓰이는 돈벌이가 되는 시절을 지나는 듯하다. 자존심이 상하고, 이러려고 이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내면의 갈등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엔니오도 이런 시간을 거쳐 졸업 후엔 편곡 작업을 맡는 것으로 음악업을 이어간다. 그의 독창성과 성실함으로 편곡에서는 이름을 얻는 자리에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꿈을 가진 엔니오는 편곡작업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어쩌다 연결된 영화음악을 작업하게 되면서 그는 서서히 영화의 세계에 자신의 음악을 펼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영화에서 음악이란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음악 장면에 잘 맞는 사운드를 편곡할 때처럼 독창적이고 새롭게 집어넣었다. 그렇게 그가 넣은 음악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영화감독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엔니오는 영화 장면 장면마다의 분위기를 한껏 배가하는 음악을 적절하게 만들어냈다. 감독들은 그를 이용하는 것에서 점차 함께 작업하는 사이로 인정했으며, 이 시기 즈음 그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괴롭게 한 것이 있었으니 정통음악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클래식업계에서는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고, 그의 존경하는 선생인 페트라시 교수도 영화음악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 즈음 됐을 때 고민과 혼란의 시기로 슬럼프를 겪을 법도한데 엔니오는 음악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영화제의는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10년만 하려다 20년을 20년만 하려다 30년을 더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영화음악을 안 하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심도 깊게 만들어 낸 그는 마침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ost로 클래식 음악가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교향곡을 만드는 등 더욱 클래식 기반의 작업들도 많이 하게 되면서 영화음악의 장르에 넣지 않으도 충분히 훌륭한 음악가로서의 음악들을 만드는 작곡가가 된다.
그러나 그의 인생 전체를 보면 그는 영화음악가였다. 클래식음악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평생의 원하는 바였으나, 그는 영화음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음악을 영화와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선구자가 되었다. 그가 자신이 이런 인생을 살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도중에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작업행위를 멈췄다면 어땠을까. 그가 남긴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음악과 영화의 장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장인 그 역시 좋아하는 일로 그만두고 싶을 만큼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시절을 겪고, 목적하는 바와 다른 걸음을 걷게 되는 자괴감을 견뎠다. 그는 만족스럽지 않아도 좋아하는 음악으로 주어진 행위를 성실히 해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찬란한 유산을 남기고 떠난다. 그의 눈빛은 노인이 되어서도 소년의 생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다.
뜻과 달리 맞이하게 되는 많은 것들은 어쩌면 자신의 작은 머리로는 도통 상상할 수 없는 큰 목적을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만족스럽지 않은 것들을 환영해 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