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5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두 달이 넘었다. 벌써,
바보같이 핸드폰 비밀번호를 잃어버려서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거였다.
그래도 자주 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해 보니 올해 설에 뵌 게 마지막이었다. 죄송했다. 나는 그리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께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할아버지의 평범하지만 위대했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이 듣고 싶었다. 늘 한결같은 어른의 모습으로 계셔주신 할아버지 셔서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설 수 있었다. 그리움에 눈물이 흐른다. 조금만 더 자주 뵀더라면, 혼자 요양원에서 쓸쓸하고 차갑게 가신 것이 마음이 아프다.
할아버지의 장례 다음 달 언니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런저런 가족 간의 이유로 연락이 끊겼던 이모 삼촌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언니의 결혼식을 한 달 남겨두고 떠나가셨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많아지셔서 내가 늘 하던 기도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꼭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장례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그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네, 하고 씁쓸해하던 차에 장례기간 내내 가족이 한 자리에서 밥을 먹고 치우던 것이 생각났다. 할아버지도 아마 함께 계셨을 것이다.
비록 살아계실 때 이루어진 기도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 감사했다. 늘 어른의 모습으로, 사람에 지치고 실망하고 상처받을 때 나에겐 이런 어른이 계시지. 하며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신 나의 외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