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취업, 위장 사무직. part2

4無 직인가요?

by 김바코드

'보세창고에서 수출입화물을 관리한다.'


를 초년생이 해석하기를 "물류의 컨트롤 타워" 라고 근사하게 해석한 것은 정말 초년생 다운 망상에 가까운 해석이었습니다.


단촐한 지식과 너무나도 짧은 식견으로 사실 무슨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입사를 했습니다. 단순하게 보세창고(bonded warehouse)라는 개념, 수입화물이 통관 전에 머무는 창고다라는 단순한 개념만 가지고 출근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퇴사할 전임자를 만났는데 나는 겨우 첫 직장으로 고민고민해서 힘겹게 한발 내딪은게 이 직장인데, 퇴사하는 친구는 무려 나와 동갑인 친구가 2년 간 이리저리 구른 모양새였습니다. 그 친구는 이직할 곳은 없지만 자리를 벗어 나고 싶었던 친구였고 저에게 계속해서 여기 창고에 있으면 너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라는 말로 저에게 2년차 회사생활 선배로서 조언을 마구 쏟아 냈습니다.


저는 첫 사회에서 만난 친구라 그런지 이미 일이 능숙한 친구가 어른스러워 보이는 반면, 2년이나 일하며 저런걸 느낀 친구가 조금 경솔한 것은 아닌지 꽁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여러 서류를 낙방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여기서 시작하는 발판을 삼겠다는 마음으로 첫 직장에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입사 직전 지원한 여러 회사들의 면접제의 전화도 뿌리쳤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 면서 수입화물이 제대로 입고가 되었는지. 창고 어느 로케이션(Location)에 보관이 되었는지 외국에서 온 invoice 나 packing list 를 검토하며 창고 안을 누비는 내 자신이 직장인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일을 배우다보니 집에 오면 피곤해 잠들기 일수였습니다. 하루종일 긴장과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하루는 나름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이 손에 익는지는 3달정도 지나니 전반적인 일들이 모두 머리 속에 들어오고 손에 익숙해졌습니다. 창고(센터)도 업무 나름이지 제가 하던 일은 단순업무들임을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는 업무를 주고 떠난 친구가 생각이 났고 그 때 문슨 말인지 이해가 갔습니다. 하지만 일은 항상 많았고 퇴근시간이 되면 구내 식당으로 향하는게 거의 일상인 2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업무는 혼자하는 업무가 많았고 인수인계를 할 것도, 받을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은 생겼습니다. 저는 그제야 "사무직이 4無직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동료가 없고, 퇴근이 없고, 업무가 없고, 탈출이 없는' 사무직임을 깨닳았습니다.


1년 뒤부터 이력서를 열심히 써봤습니다. 신입으로, 경력으로 하지만 1년의 경력은 오히려 안좋게 보일 뿐만 아니라 1년동안 휴가를 2일 쓸만큼 퇴근이 없는 업무를하며 이직을 준비하기엔 너무 서툴렀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며 자격증 공부도 해봤지만, 이렇다할 성과도 안나고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말 수는 점점 줄고 소심해지고 퇴근 후 짙은 노을과 코를 자극하는 소똥냄새는 정말이지 한탄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었습니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고 불평 불만이 많아지니 한 없이 우울했던 시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직무를 조금 전환해보자, 조금 부족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보자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만이 취업의 길은 아니다라는 것을 느낀 것이 첫 직장도 그랬지만, 두번 째 직장도 당시 여자친구의 직장 상사의 친구의~~ 와 같이 연에 연이 닿아 물류를 아는 사람을 찾는 포워딩 콘솔사에 면접 기회를 잡았고 첫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경로가 어찌됐고 연봉이 좀 깎여도 일단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고 어떤 위험과 고난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큰 각오로 이직을 했습니다. 뭐 당시에 기분이 좋았으니 됐습니다. 이제야 지나고 보니 그런 시간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채용시장은 표면적인 채용절차보다 다른 루트로 기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뭔가 답답한 상황이라면 주변을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부모님과 부모님 주변 인맥, 학교 선후배, 동네 선후배 등등 어딘가는 가느란 연결 실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취업 이전의 사회활동도 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지만, 저처럼 절박한 상황이었다면 도움이 분명 된다고 생각되니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세요.


돌이켜보면, 그 답답한 시간들이 결국 나를 다른 길로 밀어낸 첫 번째 신호였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 취업, 위장 사무직. pa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