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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국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름휴가를 매년 다녀왔다. 가족 여행도 휴일이 끼어 있는 주말이면 자주 다니곤 했다. 누군가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여행 혹은 여름휴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주중의 스트레스는 주말의 여행으로, 일 년의 스트레스는 여름휴가로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태어나는 아기들의 수가 적어진다는 뉴스를 본다. 출생률이 매년 최저점을 찍고, 2045년 즈음이 되면 한국은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주말에 놀이공원을 가 보면, 진짜 태어나는 아기들 수가 적은 가 의문이 들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놀이공원의 입구에서,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는 긴 줄 뒤에서 기다려야 했다. 아이들은 적게 태어난다고 하였으나, 놀이공원에 오는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들 전용 롤러코스터를 기다린다. 긴 줄 뒤에 뛰어가서 선다. 5분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율아, 먼저 저기 가서 키를 재 보자. 혹시 너, 탈 수 없는 키일 수 있잖아.”
“알았어. 아빠... 아빠, 키 넘었어? 붉은 선 넘어갔어? 탈 수 있어?”
“응. 오케이. 와. 우리 아들 많이 컸네. 근데, 여기 줄이 엄청 길다. 이거 꼭 타고 싶니?”
(아니라고 말하길. 이 긴 줄을 1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기다려야 한다니. 제발 아니라고 말하길.)
“응. 탈래. 천천히 기다리자. 오랜만에 왔잖아. 많이 타야지.”
(오!! 결국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럼 기다려야지. 기다려야 하고말고. ㅠㅠ)
“그럼 지율아, 아빠가 여기서 기다릴게. 엄마랑 지아랑 산책하고, 놀고 있을래. 여기 둘 다 기다리기에는 너무 더울 것 같다.”
어린이가 탈만한 놀이기구의 줄은 특징이 있다. 아빠나 엄마 혼자서만 기다리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줄의 대부분은 아빠나 엄마 한 명이 줄을 서고, 아이들은 다른 한 명의 부모와 밖에서 이리저리 논다. 그러다 보니 ‘여기부터 1시간’이라는 팻말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곤 한다.
“응. 아빠, 그럼 금방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지율아, 천천히 와. 아빠가 탈 수 있게 되면, 엄마에게 연락할게.”
연휴에 국내 여행지의 맛집을 찾아 가보면, 아이들과 함께 온 젊은 부부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찾아다녀서일 수도 있으나,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젊은 부부들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의 출생률이 낮다는 뉴스 보도를 믿기 어려웠다. 물론 우리 가족이 사람 많을 만한 곳만 찾아다니는 것일 수도 있고, 주말이어서 일 수도 있다. 어느 가족이나 주말은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는 거니까.
아이들 방학에 맞추어 일이 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간다. 괌이든, 사이판이든. 방학 시즌에는, 인천공항에서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비행기 티켓팅을 할 때에도, 짐을 비행기에 실을 때에도, 비행기 개찰구를 통과할 때에도 한참 동안 줄을 서야 했다.
뉴스를 보면, 항공사가 구조조정이니, 합병이니 하는 소식을 듣는다. 그런데 여행 가는 비행기의 많은 좌석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좌석마다 사람이 타고 있음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내가 타는 비행기마다 가득 채운 사람들의 삯은 어디로 가는 걸까? 괌에는 호텔에도, 해변에도, 음식점에도 한국인 관광객은 많았다.
“봐. 저기 사람도 한국인 같지?”
“응. 차라리 한국인 아닌 사람, 일본인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
“그런가. 그런데 정말 여긴 동양 사람들이 많다. 하긴 사이판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기에는 먼 거 같긴 하다.”
“대부분 한국인 같고, 일본인, 중국인이 섞여 있는 거 같아.”
“해외여행은, 외국인들이 눈에 보이는 맛이 있는 건데. 막 영어가 귀에 들리는 맛 말야.”
“ㅋㅋㅋ 그렇지. 아무래도, 여기는 하늘이랑, 바다 말고는 딱히 한국이랑 다르지 않다.”
“근데, 여기 하늘은, 하늘빛은, 바람은 정말 멋지다. 항구 향이 아니라 바다 향이, 맑은 바다 냄새가 바람에 섞여 흐르는 것 같아.”
8살의 여행
아이가 크면서 비행기를 탔는지 타지 않았는지를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듯하다. 서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다녀오지 않았는지 역시 물어보나 보다. 하루는 지율이가 물어본다.
“아빠, 우리 지난번에 제주도 다녀왔잖아?”
“응. 다녀왔지.”
“제주도는 비행기 타고 다녀왔으니까, 대한민국이 아닌 거지?”
“아니야.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지만, 제주도는 대한민국에 포함되어 있는 섬이야.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일부야.”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고, 제주도는 제주도 아냐? 저번에 세부 갈 때처럼 비행기 타고 갔잖아?”
“같은 한국이라도 부산이나 제주도, 양양 같은 곳은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걸. 비행기를 탔다고 해도 한국일 수 있어.”
“알았어. 어쨌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제주도는 제주도야.”
지율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왠지 ‘해외여행을 가끔씩이라도 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여행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난 안 가 봤어.’라고 쿨하게 말하는 사람은 멋지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란 게 ‘나도 어디 갔다 왔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나 보다. 친구들이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할 때, ‘난 못 가 봤는 걸’, ‘애들이 부럽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친구들 사이에서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나 보다.
난 쿨한 부모는 아닌 걸로, 허세가 없는 부모도 아닌 걸로.
육아휴직을 하고 바로 제주도 비행기를 예약했다. 성수기나 방학 기간이 아닌, 비성수기에 한가한 시기에, 덥거나 추운 계절이 아니라, 산책하기 좋은 계절에, 그러니까 가을에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 9월 중순에 비행기를 예약하려 했는데, 비행기 가격을 보는 순간, 눈을 몇 번이나 다시 뜨고, 가격을 나타내는 숫자를 의심해야 했다.
제주도 왕복 비행 편이 15,000원으로, 인터넷 창에 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행의 KTX가 6~7만 원이었다. 방학 때 다녀왔던 제주도 왕복 비행 편은 새벽에 출발하든, 밤에 출발하든 10만 원을 넘어섰다.
“우와, 여기 봐봐. 비행기 편도가 아니라 왕복이 15,000원이야. 엄청 싸지.”
“응. 4명 다 예약해도, 여름 성수기의 1인 왕복 가격도 안 되겠다. 잠깐 여기 렌터카도 한 번 봐. K5가 3박 4일에 48,000원이다. 이것도 정말 가격이 착하다.”
“이러면 장사가 되나. 남는 게 있을까?”
“남으니까 장사하는 거겠지. 뭘 남 걱정을 다해. 하여간 오지랖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으로 기억한다. 자본주의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 집단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 수요와 공급이 길항 작용하며, 서로의 양을 조정한다고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다. 그 말에 의하면 방학과 같은 시기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비행기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다는 의미로 읽혔다. 반대로 방학이나 여름휴가철이 아니라면, 수요가 많지 않음에, 비행기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터였다.
공항은 비행시간 2시간 전에
비행기 티켓팅을 해야 하고, 소지품 검사를 해야 한다. 비행기 개찰구까지 걸어가고, 비행기를 기다려야 하니 비행 출발 시간 대비, 2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얘들아, 서둘러야 해. 공항에는 최소한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해.”
“여보, 서둘 필요 있을까? 그래도 제주도니까, 국내 여행이잖아. 천천히 가도 될 거야.”
“아니야. 국내라도 비행기 타는 절차는 다 비슷하잖아. 티켓팅도 하고, 짐도 검사하고. 또 뭐가 있지. 하여간 2시간 전에는 가야 해.”
“알았어. 뭐, 여유 있게 가서 나쁠 건 없으니까.”
공항은 한적했다. 여행객이 없지 않았으나 한눈에 여행객의 수가 파악될 만큼 한가했다. 직원들의 걸음걸이도, 여행객의 손놀림도 느긋했다. 비행기 티켓팅도, 자동 티켓 기기 앞에서 줄 서는 일 없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여름 성수기 기간에는, 소지품 검사를 할 때마다 한없이 긴 줄 앞에서, 서둘러 가방을 정리하고, 핸드폰 등을 꺼내 놓으며, 벨트를 풀었다. 내 차례가 오기도 전에, 앞의 사람이 가방을 내려놓으면 나도 가방을 어깨에서 내렸었다. 미리 동전을 찾고, 벨트를 풀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내 차례가 왔으니, 빨리 절차를 끝내고 싶었다.
여전히 뒤에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사람들의 초조한 시선들 속에서 여유 부리지 않았다. 뒤에선 사람들에게 미안함에 빠르게 행동했다. 한국인들이 다 그럴까?
주변에 폐 끼치고 싶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서둘러, 빠르게 하는 행동 하려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혹은 빠릿빠릿하게 행동하길 바라는 면이 있다. 어쩌면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 중에서 먼저 배운다는 ‘빨리빨리’는, 한국인들이 자신보다 주위 사람을 신경 쓰는 태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줄을 오래도록 서야 하고, 그러니 사람들이 빠르게 행동하길 기대한다. 동시에 나도 빠르게 행동하고.
9월 중순의 공항 소지품 검사대 앞은, 줄 자체가 있지 않았다.
“지율아, 이리 와. 자 먼저 저기 문 앞을 지나가면 돼. 아빠는 뒤에 갈게.”
검색대 직원 분이 천천히, 웃으며, 말한다.
“이리 오렴. 천천히 걸어와.”
지율이가 혼자 검색대를 들어가기 불안한지, 연신 뒤를 본다.
“아빠 금방 갈 거니까 먼저 가. 괜찮아.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야.”
“자, 선생님도 따라 들어오세요. 괜찮습니다. 뒤에서 바로 이어서 통과해 주세요.”
어린아이를 걱정해, 아빠가 바로 뒤에서 오라고 말해주는 배려가 좋았다. 일이 많고, 사람이 많으면 배려가 나오기 어렵다. 회사에서 내 일이 밀려 있으면, 옆의 사람의 곤궁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하는 거니까.
무거운 물건을 들고 지나가는 여자 직원이 있으면 대신 들어 주려 노력한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면, 엉덩이를 떼는 시간이 몇 초 더 걸린다. 머릿속으로 계산도 한다. 저 물건을 들어주고 오면, 적어도 10분은 걸릴 텐데. 무거운 물건 잠깐 들어주는 데에도, 시간 계산을 해 버린다. 남루하다.
비성수기의 인천공항은 여유로웠다. 직원분들도 친절했다. 여유와 친절이 고마웠다. 나는 천천히, 여유 있게 바구니에 가방 등을 넣었고, 핸드폰과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여유롭게 금속 탐지대 앞을 지나, 소지품 검사를 완료했다. 탑승 수속이라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절차가 빠르게 끝나버렸다.
사람이 붐비지 않음으로,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따라왔다.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 또한 여유로웠다. 공항 비행기 개찰구 의자에서 지율이와 테니스공을 가지고 한참을 논다. 개찰구 주변에 사람들은 없었다.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비행기들은 이착륙을 반복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사람들이 많으면,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살짝 부끄럽다.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런데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마음껏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었다. 혹 잘 나오기라도 하면, SNS 프로필 사진으로도 올릴 수 있다. 마흔의 나는 참 유치하다. 지율이와 사진을 찍고, 묵찌빠를 하고, 하나 빼기를 했다. 비행기가 오고 갈 때마다 탄성을 지르면서.
“아싸. 이겼다. 아빠 내가 이겼어.”
“지율아, 쉬~, 조용히 해. 공공장소에서는 떠들면 안 돼.”
“에이, 아빠 우리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그래도 떠들면 안 돼?”
“음, 그래도, 야! 공공장소라는 곳 자체가 사람이 있든 없든,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약속이니까. 떠들면 안 될 것 같아.”
“알았어요.”
제주도 역시 여유로웠다. 원체 큰 섬이긴 했으나, 유명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늘 많았다. 그러나 9월 중순의 제주도는 아니었다.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성산일출봉을. 줄 서서 가지 않아도 되는, 그리하여 오름 중턱에서 언제든 멈춰,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상상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뒤의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됨을, 모르는 다른 관광객들이 우리의 사진 포커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원체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가 없었고, 사람들이 서는 줄의 속도가 아니라, 내 속도로, 어린 지율이나 지아의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출봉의 꼭대기에서 서둘러 내려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여보, 예전에는 일출봉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웠었거든. 물론 사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까 너무 여유롭고 좋다.”
“여기 봐. 바다가 정말 멋져. 바다 색깔 봐봐. 9월 가을 바다는 여름 바다와 다르게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 드는 걸. 저 위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제주도 쪽도, 바다 쪽도 더 멋질 거야. 여기서 사진 한 번 찍고 가자.”
“그래요. 사진 찍어요. 얘들아, 모이자.”
“사람들 오기 전에 얼른 찍자. 그래도 길 막고 있긴 좀 미안하니까.”
“사람 거의 없는 걸. 다른 나라 사람들도 없고, 한국 사람들도 없고, 시끄럽지 않다. 사람들 많으면 시끄럽잖아. 물론 우리 아이들이 더 시끄럽긴 하지만.”
“우리 애들이 떠들고, 까불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것도 좋네. 자, 사진 찍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구나. 프리랜서인 사람들, 여행에 관해서만은 진짜 부럽다. 맨날 이렇게 여유롭게, 저렴한 비행기 삯에, 사람들 없는 환경에서 여행했을 거 아냐. 당신, 프리랜서 해야 하는 거 아냐?”
“ㅎㅎ 부럽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그것도 맞네.”
“빨리, 사진 찍자.”
여유로운 여행
육아휴직 전까지는, 여행을 가도 사람에 치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에 치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체념한 경우가 많았다. 여행지의 맛집에 가서도 줄을 길게 서야 했고, 서둘러 밥을 먹어야 했다.
급히 나와야 했다. 여전히 길게 서 있는 줄과 대기 중인 번호표를 보면서, 여유를 부리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었고,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해야 했다. 그러다 주말도 아니고, 방학도 아닌, 여름도 아닌, 평일의 제주도에서 여유롭게 밥을 먹었다.
조금은 시끄럽게 아이들이 떠들어도 방관했다. 식당에 손님은 우리 가족뿐이었으니까. 식당 종업원분들은 이해해 주지 않을까.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아니, 육아휴직이 주는 즐거움. 이 제주도의 여행 동안 아이들이 떠든다고 주의 주거나 야단칠 일은 없을 거란 생각에,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일상과 여행, 열정과 여유. 일로 바빠야 한다고 믿었다. 성인이 되었으니, 성인으로서 밥값을 해야 한다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으니,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짐했다. 그런데 내가 다짐한 아빠 노릇이 혹시 돈벌이만으로 제한된 생각은 아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그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온 마음으로 아이들과 노는 것. 그것이 또한 아빠 노릇이 아닐까. 어쩌면 처음으로 나는 아빠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육아휴직이 가져다준 시간의 여유를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