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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바른 Nov 01. 2018

오늘의 사물 : OH, MY ORANGINA

그때 그 맛


 2015년 가을, 14시간 동안 버스를 탄 적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파리로 가는 버스였다.


 지금은 돈을 준대도 못탈 것 같은, 그 버스를 탄 이유는 체력은 충분했지만 주머니는 가벼웠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파리에 친구가 살고 있었다. 그 말은 숙박비 해결이라는 뜻. 그리고 우린 그렇게 만났다.


 바르셀로나보다 파리는 훨씬 추웠다. 몸은 으슬했고 어깨는 커다란 배낭으로 잔뜩 짓눌려있었다. 머리는 심각하게 근지러웠다. 친구 집에 도착했다. 꾀죄죄한 몸을 씻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친구는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 마늘과 홍합만 들어갔지만 두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있는 파스타였다.


 그리고 음료수 하나를 잔에 따라주었다. ORANGINA였다.

 


 한 모금 마셔보니, 뭔가 다르다. 미간이 찌푸려지지 않는 적당한 목 넘김이 좋았다. 살짝 달달하면서도 살짝 상큼하고 손이 가요 손이 가. 너무 맛있어서 꿀꺽꿀꺽. 친구도 그럴 줄 알았어 st 눈빛을 보냈던 것 같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파리를 떠올리면 에펠탑보다 ORANGINA가 더 많이 생각났다.

 그리웠다. 파스타 한 입 먹고 마셔줘야 하는데..!

 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얼마 전, 집더하기 마트에 갔다. 가득 쌓여있는 음료 박스를 봤다. 어...? 왠지 모르게 친숙하다. 어!!!! ORANGINA다! 이거 이거 꼭 사야 돼! 하고 카트에 냉큼 담아버렸다.


 무려 4년 만의 재회. 집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었다. 맨 앞에 ORANGINA가 보인다. 뚜껑을 돌린다. 맛있다. 여전히 부드러운 목 넘김에 적당한 맛의 밸런스다.


 그때처럼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차다. 비록 내 머리는 근지럽지도 않고 그새 30인치 캐리어도 생겨버렸지만. 좋다.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OH MY ORAN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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