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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Mar 21. 2020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일상에 미친 영향

110번째 이야기

 워홀 온 지 4개월이 안된 것 같은 지금, 영국은 코로나와의 전쟁 중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영국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왔고, 나 또한 그 환경에 맞게 평범하게 일을 하고 쉬며 지냈다.

 하지만 이번 주가 시작되고서 존슨 총리는 매일 대책안을 발표했고, 19일인 어제는 학교에 휴교령을 내린 후 20일 오늘 모든 카페와 레스토랑 헬스장 펍 등에 셧다운을 내렸다. 테이크어웨이는 제외 대상이 되었다.

 점점 다른 나라처럼 모든 것을 닫아버리는 상태를 보며 이틀 전 밤에는 한국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엄마에게 돈을 받기도 했었다. 편도로 중동을 경유하는 비행기가 100만원을 넘었고, 심지어 비행기가 없을 정도였다. 그 상황을 보니 나는 패닉이 되어버렸고 당장 떠나야겠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도 집주인 아저씨에게도 다음 주에 떠날 예정이라고 말을 했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것들을 보며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셋째 언니와 이야기를 한 결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언니는 나에게 한국에 들어와도 후회하지 않겠냐며 물었다. 그걸 생각할 때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국 가서의 상황이 상상도 안될뿐더러 당장 간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족들 품에서 조금의 안심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주인 아저씨는 2주만 지켜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인 만큼 밥과 반찬은 같이 쉐어하자며 내일 반찬으로 시금치 볶음과 콩나물무침을 하실 거라고 했다. 웃음이 나다. 처음으로 이곳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했는데 아주머니가 식사 함께하자는 말에 뭔가 눈물이 맺혔다. 밥 먹다가 코로나 얘기 나오면 울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울진 않고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매장은 당장 내일부터 테이크어웨이와 딜리버루로 전환되었다. 주말을 지켜본 뒤에 매장을 운영할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시겠다는 사장님의 지침이다. 그리고 2명에서 근무했던 쉬프트를 이제 1명만 근무하게 되었다.

 일주일 사이에 모든 것들이 변했다.


 남자친구 승용이에게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인생공부 중이라며, 고난에서 살아나는 방법을 지금 배우고 있다고. 승용이는 이 시국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가있는데 얼떨결에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도 승용이랑 대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금방 나아지고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내 편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행운인 일이다.


 요즘은 내가 지금 무엇을 배울 수 있고 할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해본다. 전 세계적으로 비상사태인데 뭘 이런 걸 생각하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나에게 드는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이 일들을 통해서 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을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개인적인 시간이 생긴 만큼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림도 그리면서 여러 가지를 만들 시간이 생겼다는 거였다. 늘 시간이 없다고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에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늘 위기가 오면 무너지고 말았는데 지금은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다. 당연했던 모든 일상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금지되고 자제를 권고받으며 카페에서 머무는 여유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들을 이젠 모두가 진심으로 다시 되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가볍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정말 소중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냥 계속 일상들을 지내며 말 그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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