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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Nov 01. 2020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

128 번째 이야기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꺼리지 않고 가끔은 즐기는 나지만 그런 나날이 반복이 되면 피로도가 쌓인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주 방전이 되는 성격에 꾸준히 안정된 관계를 맺는 일에 취약하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형 사람은 꾸준히 사람과의 만남을 하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얻으며 즐기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기준 자체가 높은 탓에 나의 관계 형태가 조금 더 독립적이고 간헐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릴 적에는 정말 소심한 성격을 가졌었다. 어른이 오면 숨어버리고, 말을 하지 않고, 낯선 사람과 만나면 입을 꾹 다물던. 그러다가 친해지면 그제야 말을 하곤 했던 성격. 어린 나이에 그 성격이 싫어 부단히 애쓴 결과가 지금의 나일 것이다. 사회화가 된 나. 하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그 아이가 있고 종종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한때는 이런 모습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려 하고 집에서만 있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좋지 않은 형태의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억지로 꾸며낸 모습을 하고 집 밖을 나섰다. 그렇게 해서 돌아온 것은 공허함이었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소모되면 반드시 충전을 해주어야 한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본인에게 적절한 것들로. 나에게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은 충전의 시간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시간이고, 나를 아껴주는 시간이다. 이제야 알게 된 '나 사용법'인 것이다. 내가 건강한 나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시간을 통해서 나는 성장한다.


저마다 성장하는 방식은 다르다. 늘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그 틀에서,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을 그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그 시간들을 반겨주어야겠다. 누군가의 방식이 아닌 나 자신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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