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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20. 2021

2번의 휴학, 2번의 졸업유예, 스물여덟 졸업생(2)

두 번째 휴학


나의 두 번째 휴학.

첫 휴학이 그저 놀고만 싶었다면 두 번째 휴학은 온전히 나의 꿈을 위한 일이었다. 여전히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을 줄은 그때의 나는 정말 몰랐을 텐데. 그 용기 덕분에 아직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벌이도 하고 있다. (그때의 나 보고 있나?)


인스타툰을 그리기 전부터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삶을 위해 애를 써왔다. 선배가 하는 작은 모임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지내기도 하고, 페이스북에서 그림 페이지도 운영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우연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나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비록 모든 행동이 결실을 맺지는 못했을 지라도 그 행동들로 인하여 다음 행동이 생기고 그다음, 그다음이 이어지면서. 지금도 무언가를 할 때 언젠가는 분명히 된다라는 믿음을 마음에 품고 산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럴 것이니 말이다.


바리수이야기가 조금씩 성장을 했을 때(천 명 단위가 되었을 때) 그때부터 몇몇 지인들이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그렇게 따뜻한 시선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저 유치한 무언가로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성장의 가능성을 본 나는 키워보겠노라 다짐을 하며 매일 그림을 업로드하고 소통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게시물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나는 내 꿈에 다가갈 수 있었다.(그것 또한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막연히 희망찼던 것도 같다. 사실 두 번째 휴학은 무언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꿈을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면 돌아올 때는 결과로 증명해야지. 그러면서 자꾸만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내세우고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야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되돌아보는 두 번째 휴학은 현실을 마주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꿈을 좇는다고 모든 길이 꽃길이 아니고 순탄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시간. 그 시간으로 그림을 무서워하고 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시금 여기로 돌아온 것 보면 앞으로 아주 오래 그림을 그리며 지낼 운명인가 보다.


나에게는 두 번의 휴학이 있었다. 휴학은 쉼을 알고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때때로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그 방황과 모험이 참 즐거웠다.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나다운 길을 가고 행복한 길을 가게 된 것도 같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는 이 선택을 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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