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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16. 2021

2번의 휴학, 2번의 졸업유예, 스물여덟 졸업생(1)

첫 번째 휴학

이제는 조금 먼 이야기가 된 나의 첫 휴학. 대학에 들어갔을 때부터 나는 이미 휴학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땐 그냥 그런 생각이었다. 재수도 아니고 현역으로 들어왔으니 나에게는 조금의 시간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다른 이와의 비교를 통해 시간의 유무를 판단했던 건 어리석었던 것 같다. 나의 시간은 오로지 나의 것인데.


휴학을 한 계기는 2학년까지 다녔으니 지칠 대로 지쳤고 나의 생활이 또다시 성적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서 허우적거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 않으면 방학 내내 알바를 해서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전부 나를 옥죄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휴학을 했고 그 시기가 마침 많은 친구들이 휴학을 하던 때였다.


1년간 휴학의 주제가 있었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 다하는 거였다. 고등학생 때도 대학에 들어와서도 쉬지 못했던 나에게 하나의 선물을 준 것. 그중 하나가 바로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였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서울도 그렇지만 놀이공원에 왠지 모를 환상이 있었다. 춤을 추며 일을 하는 것이 마치 노는 것처럼 보였다. 방학 때 잠시 했던 에버랜드로, 이번에는 아예 기숙사 생활까지 하면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보이는 것만큼 완벽하게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여전히 많이 떠오르고 때때로 그리운 것 보니 그럼에도 그 시절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열심히 번 돈으로 대학생의 로망이라는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다. 기간은 한 달이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의 경험이 나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첫 도착지였던 영국에 반해 어떻게든 그곳에서 살아보겠다며 방법을 찾아다녔다. 감사하게도 구하면 얻는다고 했던가. 그곳 생활을 하고 온 지금의 내가 있다.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나의 선택을 응원하고 사랑한다. 나의 20대는 불안이 연료였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보던 나날. 하지만 지금은 그 연료 덕분에 더 많은 곳을 구경하고 또 많은 것을 배웠으니 좋은 선택이었고 시간이었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난다면 꼬옥 안고 말해줘야지. 그때 그 선택을 해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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