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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24. 2021

용기 있는 삶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나에게는 세 명의 언니가 있다. 언니들이 지나온 삶은 각자 많이 다르다. 그 모습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회에서 주입하는 모습의 것이 아닌 각자가 용기 내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그렇게 사는 것인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첫째 언니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일을 했다. 당시에는 아무래도 6남매 중의 첫째인 탓에 엄마께서 알게 모르게 그 길로 압박을 주었던 것 같다. 늘 언니가 씩씩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때 같이 지냈을 때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는 처음 집을 떠나는 그날 많이 울었다고 한다. 때때로 그때의 언니의 마음을 상상해보곤 하는데 첫째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대학을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던 나는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당시 나는 고작 14살이었다.) 하지만 대학은 정말 삶의 일부분이었고 S사에 취직한 언니는 여전히 아주 잘 살고 있다. 용돈도 기프티콘도 자주 쏘는 멋진 언니.. 가 아니라 어엿한 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한 언니가 되었다.


둘째 언니는 대학을 그만뒀다. 자퇴라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엄마는 그 이후로 언니에게 단단히 화가 나서 한동안 그 이야기를 틈만 나면 했다. 아이의 첫 대학이라서 엄마도 많은 신경을 썼나 보다.

언니는 과가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졸업을 하고 나서도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서 지금은 그때의 자신의 선택이 아주 탁월했다고 늘 말한다. 언니는 그 이후로 여러 가지를 배웠다. 피부미용도 배워보고 일도 해보면서 언니의 길을 나아갔다. 지금은 우연한 기회로 필라테스를 배워서 인기 많은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 천직인 것 같다며 늘 여기저기서 칭찬을 듣고 와서는 즐거워하는 언니가 되었다.


셋째 언니는 세계여행을 한다며 다니던 병원을 그만뒀다. 언니는 역마살이 껴서 어디에 가만히 정착을 못한다고 하는데, 난 그게 사실인 것도 같다. 퇴사를 하던 때 엄마는 다시 한번 충격을 먹었다. 순탄치 않은 딸들의 나날에 엄마는 점점 내려놓기 시작했다.

언니는 그러고선 다시 돌아오는 날을 정하지 않고 세계로 떠났다. 유럽, 인도, 이름 모를 어떤 나라까지 이곳저곳 다 누비고 다니면 늘 가족들에게 사진을 공유했다. 꽤 오랜 시간을 세계를 여행하던 언니는 한국에 돌아와선 바로 다시 호주로 떠났다. 워킹홀리데이로 그곳에서 일을 하겠다는 것.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캐나다로 또 떠났다. 이 또한 워킹홀리데이다. 지금은 언니의 마지막 워홀, 영국 워킹홀리데이의 출국을 앞두고 있다. 늘 추억을 먹고 산다는 언니. 라라랜드 오디션 노래의 이모가 떠올랐다. 여전히 자유롭게 사는 언니다.


내 삶에서 언니들의 영향은 엄청났다. 언니들의 용기가 곧 나의 용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20대에 많은 도전도 하고 모험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용기는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된다. 세 명의 언니들의 용기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용기와 힘이 되었다.


삶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곳에는 길이 있을 것이고 나는 여전히 그 길에서 웃고 있을 거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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