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음

언제나

by 임수진


가끔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겨운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난다. 이번 9월이 내게 그랬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헤어졌고, 집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생겼다. 그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났을 때는 정말 견디기가 버거워서 누구든 원망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그 누군가가 나를 가엾게 여겨 이 모든 일을 해결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그런 이는 없다.


시간이 더디게 흘렀고 1분 1초가 다 버거웠다. 힘겨운 시간들을 하나하나 몸소 느끼며 지냈다. 속으로는 다 지나간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아직 지나가지 않은 시간 속에 있던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냥, 정말 그냥 버텼던 것 같다. 그런 때에 해결책 따위는 없다. 조금은 환기시킬 수 있겠지만 다시금 혼자 남겨졌을 때 무거운 감정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겨져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나아지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제보다 어제가 더 나았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았다.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을 거라는 걸,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훨씬 더 괜찮아질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 믿음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잘 보내게 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그만큼 나에게 힘을 주는 것들이 내 삶 속에 들어온다. 우연한 기회에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볼 수 있어서 매일 밤 차분해진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고, 우연하게 마주친 사람으로 인해 다른 사랑의 가능성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산책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로제라는 아기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고 그 아이의 주인 분들은 다정하게 나를 맞아주셨다. 끊임없는 일상 속 우연들이 나에게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고 그래서 매일을 기대하며 지낼 수 있었다.


폭풍 같았던 9월이 지나갔다. 유난히 아프게 느껴졌던 한 달이었다. 그래도 어김없이 다 지나갔다. 나에게 왔던 폭풍 덕분에 모든 것들이 말끔해졌고 이제 그곳에서 아름다운 것들이 필어날 차례다. 인생은 언제나 비 온 뒤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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