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상상하는 일

겨울나무

by 임수진
꽃눈 속에 어떤 꽃을 숨겨두었나

겨울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건 모든 식물들이 말라있고 생명력이라곤 느낄 수 없는 그런 분위기. 그래서인지 차를 타고 회색빛의 산을 바라볼 때면 쓸쓸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왠지 겨울만이 주는 상상의 요소들이 좋다. 지금은 이렇게도 척박하고 마치 죽어있는 것 같지만 봄이 오면 이 모두에게 새로이 싱그러운 잎들이 피어나겠지. 산 이곳저곳, 나뭇가지 하나하나, 구석 언저리에 있는 작은 새싹까지 푸르르게, 자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생명력을 뿜어내겠지.


겨울에 볼 수 있는 그 가능성들이 좋다. 당장 보이지 않지만 이 계절이 지나 다음 계절이 오면, 그들에게 알맞은 때가 오면, 온 세상을 향해 피어날 그 가능성들이.


오늘도 걸으며 그 봄날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위해 굳이 애써서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