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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Nov 14. 2022

11월 11일~11월 13일의 배움

시험


 이번에 참가한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온전히 내 욕심이었다. 전부 욕심이었다. 제대로 할 수 없으면서 모든 일을 받은 것, 일정이 벅찬데도 여행을 가버린 것, 그리고 당장 돌아온 이틀 뒤 페어에 참가하는 것. 게다가 책도 준비되지 않은.


 어느 하나 욕심이 아닌 게 없었다.


 페어 내내 사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막내동생과의 첫 행사, 나의 첫 독립출판, 3일 동안 9시간 동안 부스 지키기. 시차 적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참가했다. 그 결과 솔직히 나 자신의 민낯을 속속히 느끼고 보고 온 것 같다.


 찾아오는 분들을 더 반겨주고 싶었는데 사실 나는 그만한 에너지가 없었다. 오히려 애쓰고 있다는 게 사람들에게 느껴졌을 것 같아서 민망하다. 이 기간 동안 정말 오랜만에 다양한 감정을 느낀 것 같다. 최근에는 꽤 좋은 감정들만 느끼고 즐거운 상태를 유지했는데 체력이 낮아지면서 덩달아 정신상태도 피폐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저 즐겁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진짜 고생했고 조금 힘들었어..


 일단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을 적자면,


건방 떨지 말자.

무엇이든 그대로 살아보자. 그대로 느끼고.

애정의 힘은 대단하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다.

인생은 가끔 희한하게도 선물을 뒤에 숨겨두고 계속 계속 혼내는 츤데레 선생님 같다.

아무리 서럽고 속상해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보낸 마음은 결국 돌아온다.

지치고 속상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과 애정을 택하자.

내 마음가짐이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도 절대로 지키자.


그리고…

페어 마감시간쯤에 슬님이 편지 하나를 주셨는데 그걸 펼치자마자 진짜 바로 울어버렸다. 꼭 인생이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일요일날 내가 느낀 이 묘하고 이상한 흐름과 감정은 두고두고.. 정말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이 시를 필사해서 주셨다..

정말 묘한 일요일이었다.. 묘하다.. 묘하다..

이번 페어의 경험은 힘들었지만, 강렬한 무언가를 알려주기도 했다.


아, 수정님의 산문 에세이 꿈도..

언젠가 정말 글 자체로 사랑받는 이가 되겠어.


흔들리고, 무너지고, 불안하더라도

keep calm and carry on.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해.

때가 되면 다 돼. 인내심을 가져 수진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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