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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Oct 22. 2023

매일을 노래하듯 살래

놀이

어릴적에 이모네서 뮤직뱅크를 보며 밥을 먹고 있었을 때 일이다. 티비에서 나오는 보아 노래가 좋아서 밥을 먹다말고 그 노래를 따라불렀는데 그걸 본 이모가 혼내듯이 해준 말이 있다. 아주 옛날에 들었던 말인데도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밥 먹을 때 노래 부르는 거 아니야. 나중에 거지된다.”


헉, 너무나도 거지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선 밥 먹다가 신이 나서 노래가 나오려고 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마음을 참아냈다.


‘거지가 될 순 없어..!’


그러다가 조금 더 자라서는 그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아니, 밥 먹다가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노래를 부르면 거지가 된다는 거야?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옛날에 거지들이 거리에서 밥을 먹으며 노래를 해서 그런 말이 생긴게 아닐까하고 나름의 답을 내렸다.


이제 더이상 이모의 그 말이 무섭지 않다. 거지가 되더라도 난 내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지금은 예의상 밥 먹다가 노래를 부르진 않지만(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부른다)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노래를 부른다. 길을 걷다가도 혼자 룰루랄라 마음에 떠오르는 노래를 부르고, 일하면서도 부르고, 집에서도 부르고, 속으로도 부른다.


하루도 노래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내 일상에는 매일매일 다양한 배경음악이 깔린다.


노래의 어원은 ‘놀다’와 접미사 ‘개’가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노래의 어원에 맞게 매일을 노래하듯, 매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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