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는 자주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싫증은 자주 좋지 않은 것으로 치부된다. 끈기와 싫증 중에 어떤 것이 더 나를 잘 표현하는 것인가하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다. 난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금방 싫증을 내곤 한다. 시작해보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놓아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나에게 맞는 걸 찾아떠난다.
이런 성향이 늘 단점인 줄 알아 나 자신을 탓하고 나무랐었는데 이젠 이 점이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날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싫증을 내었던 것들이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나에게 맞지 않았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좋아하는 그림이나 글, 여행은 시키지 않아도, 그만하라고 해도 아주 끈덕지게 하는 걸 보면 이 부분에선 난 누구보다 끈기있는 사람이다.
한결같이 솔직했던 나의 싫증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