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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Feb 21. 2024

담을 것과 놓아두고 갈 것

호주로 떠나기 위한 짐을 챙겼다. 일단 가지고 가고 싶은 옷을 다 담았는데 웬걸 가방 하나가 옷으로만 찰 것 같았다. 옷장을 다 챙겨서 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두고 갈 것들을 구분해야했다.


더이상 내가 원하지 않는 스타일링, 사이즈가 안 맞아서 손이 덜 가는 옷, 한국에서도 입지 않으면서 챙긴 옷 등등 기준을 세워 과감히 뺐다.


그리고 캐리어 한켠에 프리다이빙 장비가 눈에 띄었다. 그 장비의 부피가 커서 정작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갈 수 없어보였다. 아쉽지만 그것도 두고 가기로 했다.


한정된 공간이 생기자 더 선명하게 가지고 갈 것과 두고 갈 것이 나뉘어졌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계속해서 추구하고 싶은 것, 그리고 놓아두기로 결심한 것. 내가 놓아둔 무언가의 여백은 이제 호주에서 만나는 것들이 채워줄테다. 지금의 내가 알 수 없는 것들로.


이렇게 마음이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좋다. 그리고 비워지는 순간들이 좋다. 새로움이 깃든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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