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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Nov 22. 2017

내가 원한다면

68번째 이야기

나는 자주 감동하고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좋아지며 행복을 느낀다. 맑은 하늘을 보면 들뜨고, 좋은 순간에는 좋다고 말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매 순간에 충실하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우울해하면서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일을 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나는 쿨하지 않다. 나는 쿨하게 라는 이유로 많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고 살았다. 티내는 일을 쑥스러운 일이니까 그리고 쿨한게 멋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믿으며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반으로 깎아내렸다. 감정이 벅차오를 땐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되도록 표현을 하지 않았다. 정말 '쿨'하다 못해 차가웠다.


 내가 이토록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은 어떤 컨셉이며, 어떤 분위기인지, 그리고 삶은 어떤 삶이 유행인지. 매번 바뀌는 것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살고 있었다. 아마 지금 나는 요즘 서점에 가득 찬 '나' 스스로에 대한 책들로 인해 이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일에 진지하면 진지충, 조금이라도 감성적이면 감성충, 하나하나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으며 삶의 모습에 제약을 두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그 틀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딱딱하게 굳어간다.


 혹여나 내가 진지충이 되지 않을까 기분 나쁜 농담에도 웃던 내 모습이, 오글거린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대한 표현을 하지 않던 내 모습이 싫다. 나는 왜 나 그대로를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고 숨겨왔을까?


 앞으로 나는 내가 원한다면 진지한 그림을 그릴거고, 우울한 날에는 우울한 그림을 그릴거며, 행복이 넘쳐 흐르는 날에는 행복한 그림을 그릴거다. 이 모습이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거다.


 그 누구의 평가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표현해야지. 나 스스로를 믿고, 나만의 가치관을 언제나 유지하며,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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