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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12. 2018

이름

83번째 이야기

 난 내 이름을 안 좋아했다. 수진. 너무 흔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은 사람들이 잘 기억해주던데 내 이름은 너무 흔해서, 그리고 그 이름을 뛰어 넘을 만큼 내가 특별하지 않아서 까먹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금방 까먹게 되는 존재라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내 이름이 너무너무 좋지만 나를 찾기까지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난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다. 그래서 다들 금방 나를 잊는다. 하고.


 지금은 뭐 상관없다. 내 이름이 어떻든 내 존재를 그 이름이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수진은 많아도 나는 나 하나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 단 하나여서 더욱 더 소중하다. 내가 아무리 보잘 것 없다고 느껴져도 소중하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나까지 나를 미워하도록 하지 말자. 나를 더 사랑하자.


 우리 엄마 이름은 박순남이다. 어릴 적 남동생을 잘 돌보라고 정해 준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엄마를 늘 엄마라고 불렀지 박순남 이라고 불러 준 적이 없다. 엄마와 박순남 사이의 경계를 내가 조금 허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문득 엄마에게 전화해서 박순남 여사님 뭐하세요~? 했더니 엄마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엄마는 이제 자기의 삶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우리를 위해 살았다면서, 난 문득 엄마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엄마는, 아니 박순남 이라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나는 왜 엄마를 지금껏 그렇게 봐주지 못했을까? 왜 보려고 안했을까?


 고마워. 우리 엄마 박순남 우리 아빠 임재신. 미영언니 미인언니 미정언니 수민이 정진이 그리고 나 수진까지 아! 몽이도..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랑스러운 사람들. 고마워 항상. 늘 언제나 곁에 있을게.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내가 용기가 부족해서 부르지 못하는 내 곁에 있던 많은 이름들도 고마워. 언젠가 내 주변을 밝게 비춰주고 함께 웃었던 그 날들에 고마워. 다들 잘 지내? 말은 못해도 난 그 날의 우리, 그 날의 내가 그리워. 난 이제 정말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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