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번째 이야기
요즘 나는 감성적이다! 얼마나 감성적이냐면 정말 오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대뜸 고맙다고 말을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난 그 소중함을 몰랐고, 그래서 늦기 전에 여전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뭐 그 중에는 연락이 뜸한 사이도 있지만, 그럼에도 잃고 싶지 않은 관계는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물었다.
난 그동안 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했지? 내 마음을 표현하면 누군가 비웃을까봐? 결국에는 내 마음이 상대에게 들켜 놀림 당할까봐? 모르겠다. 그냥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 어려웠다.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표현하면 안돼! 라는 강박관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좋으면 좋다고 말한다. 사실 좋다고는 말은 못하고 그냥 주위에서 맴돈다. 아직까지 좋아한다는 말은 나에겐 너무 쑥스럽고 소중한 감정이어서 그 말을 아끼고 있다. 친구 사이에서는 아주 거리낌없이 고마워~ 사랑해~ 다 하는데 아직 이성에게는 그 마음을 숨기는 일이 나에게는 더 익숙하다. 그래도 알아줬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
표현하는 일이 여전히 나에게는 낯설고 낯간지럽다.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상대도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굳이 말을 해주고 싶다. 그 말이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부담이 안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말하고 싶다.
오늘은 친구가 요즘 아주 덕담봇이라고 말을 해주었는데 맞다. 난 이제야 보이는 친구들의 사랑스러움을 말해주고 싶다. 아무말 대잔치를 자주 여는 유진이에게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싶고 그 모습을 놀리는 수진이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다고!
방금 엄마에게 지금의 내 모습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엄마 나도 지금의 내가 너무 좋아! 엄마가 날 보며 행복한 것도 너무 좋아. 고마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