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riyoon Sep 06. 2021

나 다시 돌아갈래-인도

여행지에서 공포를 느껴본 적 있나요?

인도는 가보고 싶은 여행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인도에 가게 되다니...

유독 태국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한결같이 인도를 장기간 머물다 왔고 마니아들이 많았다. 신비하고 매력적이라며 한번 간 사람들은 그곳에 또 가게 된다고 하더라.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체류 가능하니 배낭여행자들에겐 최적이다.

언제 집에 돌아갈지 정하지 않고 떠나온 여행인지라 여행 내내 인도를 가야 할지 말지 고민을 했다.

수없이 고만하다 “이번에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하는 마음에 인도행을 결정했다.


여행비자는 태국에 머무는 동안 여행사 대행으로 미리 준비하고 저렴한 에어아시아로 비행 티켓을 샀다.

뉴델리행으로 떠나는 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너무나 긴장을 많이 했는지 비행기 내에서 속이 뒤집어졌다.

그것도 그런 것이 난생처음 강렬한 눈빛의 인도인들 사이에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태국 공항에서 티켓팅   직원이 “인도 처음이냐물어봤었고 그렇다고 하니 3 자리 가운데로 지정해 주었다. 옆에 누가 앉을까 긴장하고 있었는데 보딩 시간이 임박하는데  옆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 만석에 가까운 비행기였는데...

처음 인도를 향하는 나에게 응원을 보냈던 걸까?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 가득 기내에서 있다 보니 인도에 드디어 도착했다. 비행기가 착륙하니 모두 다 한결같이 박수를 치는데 천진난만한 아이들 같았다. 이런 항공 분위기 처음이야. 컬처쇼크가 이런 것인가?


늦은 밤 도착한 뉴델리 공항. 숙소로 이동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인도이기에 공항 내 노숙을 결심했다. 경찰들이 출입문마다 지키고 있어서 공항 안이 가장 안전하다. 불편하게 공항의자에 누워 자다를 반복하니 아침 해가 떴다. 여행자 거리가 있는 파하르 간지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인도는 사기 유형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그중 공항에서 택시 기사들이 접근해 어디 가냐고 묻고 버스 타고 가려하는 사람들에게 파업해서 운영하지 않으니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만약 그 택시를 타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말하고 자신들과 커미션 한 숙소로 데려다준다고 했다. 근데 이 말을 실제로 들을 줄이야.

버스를 타러 정류장 쪽으로 가는데 택시기사가 와서는 버스 운행 안 한다고 택시 타라고 말하는 순간 버스가 왔다.


많은 인도인들과 여행자들이 뒤섞인 공항버스를 타고 파하드 간지로 가는 길이 너무나 낯설다. 이건 동남아에서도 보지 못한 그런 풍경이다. 뉴델리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공포에 휩싸였다. 영화에서 보던 검은 담요를 두른 거리 부랑자들이 거리에 누워있었고 신호체제는 없어 길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들 세계에선 양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한 아이가 역 계단에 슬라이드 되어 있는 곳에 미끄럼틀처럼 타고 있었는데 경찰이 오더니 아이 볼을 잡고 빰을 때렸다. 장난친다고 저렇게 때린다고?

여기 너무 하드코어인데... 나  잘못 온 것 같아.


나 다시 돌아갈래



뉴델리 파하르 간지 2011


숙소 예약도 안 하고 갔던지라 미리 정보 수집한 가격 저렴한 곳으로 찾아갔는데 이건 감옥 같은 분위기에 투숙객도 없는 것 같아 생각해보겠다 하고 길을 나섰다. 다행히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여행자 거리에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에 한국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중 한 분이 괜찮으면 숙소 셰어 하자고 해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뉴델리 거리를 같이 돌아다녔는데 이상하게 적응이 되어가더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천하무적이 된 듯 힘이 났다. 반나절 만에 적응이라니 “내가 이렇게 적응이 빠른 인간이었나?” 분명 몇 시간 전만 해도 이곳을 떠나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말이다.


정신없는 뉴델리를 탈출하기 위해 다음 행선지는 핑크시티 <자이푸르>로 향했다. 델리를 벗어나니 드넓은 자연 풍경이 보였고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한 가지 불안함은 역내 방송을 안 한다. 역마다 서기는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를 모른다. 그래서 주변 인도인에게 자이푸르 언제 내리는지 물어보는데 대답이 제각각이다. 인도인들의 예의 중 하나는 상대가 질문했을 때 모른다는 말보다는 잘못된 정보라고 말을 해준다. 그래서 한 명에게 질문하기보단 여러 명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그중에 하나는 진실이 있겠지.

핑크시티라는 별명답게 역의 컬러도 핑크 2011

자이푸르는 델리보다는 모든 게 수월했다. 역 분위기부터 화사하다. 하루는 현지 관광청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투어를 신청했다.

혼자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곳들이라 투어가 훨씬 저렴했다. 가족단위로 온 인도인들, 유럽 여행자들 그리고 한국인은 나 혼자.

여기에 가이드하시는 분이 너무나 독특한 발성으로 말할 때마다 웃음을 유발시켰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가이드하는 내내 나를 “Miss Korea”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인 나를 위해 관광하는 내내 사진을 다 찍어줬다. 델리에선 공포를 느꼈는데 여기에선 웃음폭탄을 선사하네.


여행은 우리의 인생같이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미스터 가이드 2011


원데이 투어가 끝날 무렵 가이드는 나에게 와 오늘 어땠냐며 질문했고 재미있었다는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네가 행복했다면 나에게도 행복을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팁 달라는 말도 어쩜 이렇게 재치 있게 하는지 흔쾌히 얼마 안 되는 돈을 줬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나무 조각으로 된 부처를 꺼냈다. 자신의 동생이 만든 거라며 선물로 주었다.


인도 여행의 첫 흥미를 준 자이푸르의 가이드.

첫날의 공포가 사라지고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인도의 모습은 어떨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가이드님이 주신 부처 2011







매거진의 이전글 낯선 곳에서 친절-중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