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환상
예·적금을 해지하겠다니 생각은 훌륭하나 그럴 필요 없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되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성장했다. 현재 화폐 시스템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실질 가치는 물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가치 변화를 시간에 따른 지수 변화에서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화폐 액 변화로만 판단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中 예를 들어 두 청춘이 있다. 한 청춘은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는데 업무 성과가 좋아 임금이 8%
상승했고 다른 청춘은 본사에서 평균적인 평가로 임금이 3% 올랐다. 어느 청춘이 좋은 상황인가?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는 청년이라고 생각하니? 얼핏 보면 인고과를 잘 받은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한 청춘의 삶이 더 윤택하리라 생각할 수 있다. 대다수 청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케인스는 이를 화폐 환상이라 정의했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명목상 임금은 실질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함에도 노동자는 단순한 액면 화폐 액으로만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청춘이 물가 상승보다 낮은 비율로 임금이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이 올랐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는 청춘은 현지 화폐 기준으로 4% 적은 임금을 받게 되고,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청춘은 현지 화폐 기준으로 2% 상승한 실질 가치를 받게 된 것이다. 다시 물어본다. 어느 청춘이 좋은 상황인가? 그렇다. 실질 임금 가치가 상승한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청년이다. 뉴스에서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현재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란 의미다. 절대로 물가가 작년과 똑같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 한 회사가 있다. 물가 상승 2%에 맞춰 연봉 2800만 원이던 근로자 연봉을 2856만 원으로 올려주었다. 노동자는 연봉이 올랐기에 기뻐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실질 연봉은 인상되지 않은 것과 같다. 아쉽게도 대부분 노동자는 회사에 감사하며 노동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착각이다. 네가 강하게 주장한 예·적금 해지도 맞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회사 예·적금 상품은 대부분 실질 가치가 지속 감소하는 상품들이다. 즉 우리가 돈을 벌려고 예·적금 들었지만, 사실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잃고 있어 가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말하지 않는 숨겨진 진실 같은 건데 한번 살펴보자. 물가상승률이 2.5%일 때 돼지 저금통에 돈을 넣으면 -2.5% 잃은 것이고 적금에 가입했다면 -0.6% 잃은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한 청춘이 1만 5천 원이 있었다. 청춘은 ‘돈은 안 쓰는 것’이라 생각해 저금통에 저축했다면 오늘날 1만 8천 원인 치킨을 사 먹을 수 없다. 만일 돼지 저금통이 아니라 바로 은행 적금상품에 가입했다면 1만 6천쯤 될 것인데 그래도 치킨을 사 먹을 수 없다. 오늘날 청춘이 YOLO를 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소한 그 때 치킨을 사 먹었다면 손해 보지 않는 것이다. 1997년에서 2017년까지 20년간 우리나라 물가는 47.6% 상승했다. 이에 반해 임금 상승률은 고작 61.9%에 불과했다고 한다. 오늘날도 우리는 화폐 환상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지난 10년간을 비교하더라도 물가 상승은 23.5%에 달했다. 한 청춘이 3% 월적금 상품을 가입했다면 12.79% 수익률을 얻게 된다.따라서 실질 가치로 10년간 약 11% 돈을 잃게 된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 대부분 금융상품에서 진실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잃거나 덜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오늘도 네 자산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