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며칠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개인정보 유출 사태'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곧바로 불안감이라는 낯선 손님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skt부터 시작해 롯데카드, 쿠팡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뉴스는 며칠 만에 잊히곤 하는 소비재였지만, '내 정보'가 이미 어딘가로 흘러나갔다는 사실은 매일 밤 통장을 열어보게 만드는 트라우마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내 돈이 내 통장에 들어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였습니다. 휴대폰에'XX은행, 100,000원 입금'이라는 알림이 뜬 순간 말입니다.
10만 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돈은, 제게 '누구세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는 사람이 보낸 돈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들어올 돈도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 속 입금 내역은 텅 비어 있었고, 그 빈 공간은 순식간에 공포로 채워졌습니다.
혹시나, 불안하던 그 유출 사태와 연결된 보이스피싱의 신종 수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생존 본능'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을 켰습니다.
'소액 입금 해킹', '개인정보 유출 후 돈 보내기' 등의 단어를 미친 듯이 검색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해킹된 계좌의 활성도를 확인하기 위해 소액을 입금하는 수법이 흔하다는 글들을 보며, 제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스마트폰 뱅킹 앱을 켰습니다.
그리고는 충동적으로, 하지만 지극히 절박하게, 주거래 통장에 남아있던 돈의 일부를 비상용으로 만든 '세이프티 통장'으로 옮겼습니다.
돈을 옮기는 그 짧은 몇 분 동안, 저는 마치 해일이 닥치기 전 귀중품을 챙기는 사람 같았습니다.
이 돈을 옮기지 않으면 곧 모든 것을 잃게 될 것 같다는 금융 트라우마가 저를 지배했습니다.
통장의 돈을 조금 옮기고 나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단지 낯선 10만 원이 들어왔을 뿐인데, 3시간 동안 저는 '내 돈의 주인'이 나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깊은 심리적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결론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3시간의 패닉 후, 그 돈의 출처가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안도 대신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해킹이 아니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겨우 10만 원 때문에 내 계좌를 통째로 비워야 할 만큼 불안해하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깨달음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 아닙니다.
이것은 '정보 유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우리의 '안전 장치'는 이미 너무 많은 외부 위협으로 인해 고장이 난 상태입니다.
알 수 없는 위협이 닥쳤을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먼저 패닉 버튼을 누릅니다.
내가 잔고를 옮긴 이유는 해킹을 당해서가 아니라, '해킹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이 공포야말로 현대인이 치러야 할 새로운 형태의 세금이 아닐까요.
우리의 불안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안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섣부른 개인적 대처보다는 공식 기관(은행, 금감원)에 문의하는 침착함을 훈련해야 합니다.
당신의 금융 심리는 안녕하신가요?
글을 읽으신 후, 여러분의 '금융 트라우마' 경험을 댓글로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