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날 그렇게 폭발했을까?

터지는 감정엔 기한이 있다

오늘도 뉴스엔 가족 간의 비극이 실렸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찔렀고, 말리던 형이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며칠 전엔 반대였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권총으로 쐈고, 그 짧은 기사 속에 또 하나의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몇 줄의 문장이었지만, 나는 오래 그 뉴스를 읽었습니다.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우리는 그렇게 쉽게 폭발할까요?

감정은 무섭게 억눌리다가, 가장 안전한 곳에서 터집니다.
그리고 그 파편은 늘, 가장 소중한 관계를 덮칩니다.


나는 한동안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화가 나도 조용했고, 속상해도 괜찮은 척했고, 힘들어도 밝게 웃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면, 늘 누군가 불편해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말했죠.
“그걸 꼭 지금 말해야 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그 말들이 쌓이면서 나는 ‘말하지 않는 편’을 택했습니다.


침묵은 덜 피곤해 보였고, 웃는 얼굴은 문제없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겉으로 보이지 않게 밀어 넣은 것뿐이었습니다.


tengyart-txsAva1dWrU-unsplash.jpg 말하지 못한 감정이 터지는 순간. 억눌린 분노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입니다.
울면 혼났고, 화내면 버릇없다 들었고, 슬퍼하면 나약하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감정은 관리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참아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보다, 숨기는 방식으로 익숙해졌고,
그 감정은 결국 시간이 지나 썩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이 썩는다는 건,
어느 날 이유 없이 울컥하거나
작은 말에도 폭발하거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워지는 걸 말합니다.


나는 종종,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거칠게 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람은 내 감정을 받아줄 거라는 안도감이 있었고,
어쩌면 나도 몰랐던 억울함과 피로가 그 안에 함께 있었겠죠.


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터진 감정은, 관계를 조금씩 병들게 만듭니다.
"내가 왜 그때 그렇게까지 화냈을까."
그 말이 입에서 나올 때쯤이면, 감정은 이미 유통기한을 넘긴 상태입니다.


감정은 참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식되지 못한 감정은 관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출구를 찾아갑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결국 행동으로, 표정으로, 거리감으로 새어 나옵니다.
그게 반복되면, 우리는 관계 속에서 함께 있어도 멀어진 사람들이 됩니다.


감정은 다루는 것입니다.
제때 말하고, 느끼고,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스스로와 타인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느 날 이유 없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감정이 “이제 좀 봐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감정은 기한 안에 꺼내야 합니다.
상한 감정은 사랑까지 썩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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