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교육이 된다면 – 캐나다에서 배운 한 문장

한국과 다른 캐나다 교육-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까?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정답을 쥐여주는 게 아니라,
그 아이만의 리듬을 지켜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며 발달장애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교사였지만, 누구보다 교육의 경직성을 느끼고 있었죠.

그러다,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의 교육을 겪으며
저는 그동안의 질문에 하나씩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후세를 위한 물


캐나다 이민 초기, 이웃이 제게 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물이 많은 나라예요.
하지만 먹는 물은 수입해요.
후세를 위해 지금 비축하고 있는 거죠.”


흘려들을 수도 있었던 말인데,
그날따라 깊이 들어왔습니다.
자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빚’처럼 여기는 태도.
거기서 저는 교육의 방향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도로를 콘크리트로 단단히 포장하지 않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땅이 숨을 쉬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곳은 늘 도로 공사 중입니다.
겨울엔 소금차가 다니고, 봄이면 다시 갈라진 도로를 수리합니다.
불편하더라도, 자연의 호흡을 먼저 고려하는 사람들.
그 철학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습니다.


historic_canadian_classroom_education.jpg.jpg 캐나다의 오래된 교실 내부,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공간


아이를 기다려주는 나라


고등학생이 시험을 준비하는 대신
동아리와 봉사에 몰두하는 나라입니다.
고3이 ‘활동의 전성기’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입시는 내신과 선생님의 평가로 결정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전공을 두세 번 바꾸는 건 흔한 일이고,
7~8년 만에 졸업해도 아무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누구도 낙오자가 아니고, 누구도 뒤처진 게 아닙니다.

“공부는 대학부터 시작이다.
이곳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빠른 성장이 미덕이었던 저에게,
이 ‘느림의 교육’은 강렬한 질문이었습니다.


치대 입학, 그리고 진짜 경쟁


제 딸은 현재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학까지의 과정은 단단하고 까다로웠습니다.
4.0 만점에 GPA 3.9, 그리고 1년간 하이티에서의 의료 봉사.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죠.


하지만, 그렇게 치열한 입시 과정을 거쳐 입학한 이후에도

공부는 결코 덜 힘들지 않았습니다.
시험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하루 1~2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시험 준비를 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머리카락을 쥐어짜다 원형 탈모가 생길 만큼 혹독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공식적으로는 모든 성적이 PASS/FAIL로만 표시됩니다.

학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이곳에 온 학생들은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기에,
굳이 더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학생 개개인의 성적은 전부 기록되고, 교수도 다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3.9 이상을 유지해야 졸업 후 전문과정이나 병원 지원에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작동합니다.

겉으로는 '경쟁보다 협업'을 말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철저한 기준과 강도 높은 기대가 존재합니다.

저는 이 시스템을 보며,
결국 중요한 건 경쟁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경쟁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걸 느꼈습니다.
성적은 감추되, 인간성은 드러내는 구조
그게 캐나다 치대 교육이 가진 아이러니이자 깊이였습니다.


image_1336109001511916833004.jpg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그리고 남겨두는 것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입장료는 없고, 폭포의 형태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물줄기의 힘으로 매년 3cm씩 깎여나가는 부분만
보수공사를 할 뿐입니다.

그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손대고 있는 건 아닐까.
더 좋게, 더 빠르게, 더 완벽하게 만들려 하다가
오히려 본래의 리듬과 모양을 잃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결론은 기다림입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믿는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게 됐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가르치려 애쓰던 교사였고,
지금은 그 아이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선생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

아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게 교육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캐나다에서 저는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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