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흘러간다

화는 감정의 끝이 아니다.말하지 못한 감정이 터지는 방식일뿐

밖에서는 괜찮은 사람처럼 지낸다.
웬만한 일에도 웃고, 참는다.
“괜찮아요.” “아니에요, 그냥 제가 조심할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지나간다.


그런데 집에 오면 달라진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날카로운 말투를 쓰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 후엔 늘
무겁고 지는 기분이 찾아온다.

“왜 저렇게까지 말했을까.”
“왜 또 가족한테만 이럴까.”


어릴 때부터 감정은
그냥 참고 넘기는 거라고 배웠다.
감정을 말로 꺼내면
귀찮은 사람이 되거나,
상대가 나를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았다.
상처받은 것도, 억울한 것도,
말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삼켰다.

그 감정들이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쌓여 있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터졌다.

silhoutte-woman-sitting-window-holding-her-head.jpg 억눌린 감정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터진다


나도 그들을 아프게 하려던 게 아닌데,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화로 말해버렸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 화는 지금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그 사람이 문제였던 것도 아니었다.

그건
오래전부터 쌓인 나의 감정이었다.


내가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감정,
그리고 어쩌면
부모가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나에게 흘러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말이 없지만,
언제나 전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침묵 속에서도,
아이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로.


나는 오늘도 반성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그런데,
이제는 그 반성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왜 그 감정이 나에게 있었는지,
그 감정은 누구에게서 왔는지,
그걸 묻고 마주볼 시간이다.


가족에게만 화를 낸다는 건,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가장 내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감정을
화가 아닌 말로 꺼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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