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없는 교실에서 내가 배운 '나'라는 사람의 가치

캐나다 교육이 내 아이가 아닌, 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캐나다 교육이 내 아이를 바꿨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개를 젓겠습니다.

정작 바뀐 것은 아이의 성적표가 아니라, 저 자신을 바라보는 저의 눈빛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이아가라의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제가 마주했던 것은 고립된 저의 처지였습니다.

한국에서의 화려한 경력은 멈췄고, 이곳에서는 그저 영어가 서툰 이방인 엄마일 뿐이었죠.

‘내 쓸모는 이제 다한 걸까’ 하는 좌절감이 눈처럼 쌓여가던 시기였습니다.


SE-a970a405-5cfc-41b7-aac5-67bd012e44b7.jpg 정해진 정답도, 1등도 없는 이곳의 낙서 속에서 나는 잊고 지낸 '나만의 빛깔'을 보았습니다.


그런 저를 흔들어 깨운 건 아이의 학교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들이었습니다.

한국의 교실에서라면 당연히 존재했을 ‘등수’가 그곳엔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대신,

아이만이 가진 독특한 빛깔을 문장으로 정성스럽게 적어주셨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며 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해”라고 말해주던 그 순간,

그 말이 사실은 제 자신에게 가장 절실했던 고백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jametlene-reskp-UeYuKotTClc-unsplash.jpg 아이를 이끌어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아이의 작은 손이 길 잃은 나를 단단히 붙잡아주고 있었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나도,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는 지금의 나도,

사실은 저 아이들처럼 그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존재가 아닐까?’

1등 없는 교실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속도라는 감옥에 갇혀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저를 꺼내준 치유의 공간이었습니다.


캐나다 교육이 저에게 준 진짜 선물은 아이의 높은 점수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속도를 강조하고 등수를 매기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습니다.

나이아가라의 추위 속에서 발견한 그 따뜻한 깨달음이, 제 안의 단단한 엔진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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