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서 우리 가족이 행복할까?
토론토의 공립학교 설명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저는 작은 세계 박람회에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언어로 질문하는 부모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교실 하나 안에 이미 지구촌이 들어와 있었던 셈이죠.
공립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다양성입니다.
학비 부담 없이 누구나 다닐 수 있고, 영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지원이 체계적으로 운영됩니다.
제 아이 역시 처음엔 말이 서툴렀지만, 손짓 발짓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단어보다 먼저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학급 규모가 크고, 선생님과 개별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립학교에 들어섰을 때 느껴진 분위기는 공립학교와 사뭇 달랐습니다.
교정은 정돈되어 있었고, 소수 정예 수업으로 선생님의 관심이 고르게 닿는 환경이었습니다.
예술·스포츠 같은 특화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매달 지출해야 하는 학비를 생각하면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집니다.
이 비용이 아이의 행복과 직결될까, 아니면 부모의 불안과 욕심의 산물일까?
학부모로서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토론토에는 공립·사립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어학교(French Immersion)에서는 영어와 함께 불어를 일상 언어처럼 배우며, 졸업 시 두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정체성을 반영한 교육 방식이지요.
또한 유대인학교나 가톨릭학교처럼 종교와 전통을 이어가는 학교도 많습니다.
기도와 문화 수업이 일상에 녹아 있으며,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이 됩니다.
결국 깨달은 건 “옳은 학교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의 성향과 가족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옵니다.
언어 교육을 원한다면 불어학교
공동체와 신앙을 중시한다면 종교학교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 공립학교
소규모 집중 교육을 원한다면 사립학교
저는 결국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할까?”
학교 선택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