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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캐나다 숲에서 나를 만나다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발견한 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립니다.

어느새 나무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붉고 노란빛이 숲을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도 단풍을 볼 수 있지만, 저 멀리 캐나다의 가을은 조금 다릅니다.

크기와 화려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곳의 풍경은 마치 자연이 사람을 포근히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pexels-thesilentman-211815.jpg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길, 그 위를 걷는 발걸음도 천천히.


토론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끝없이 이어지는 숲과 호수가 펼쳐집니다. 알곤퀸 파크에서 단풍길을 걸을 때면, 발밑에는 낙엽이 폭신하게 쌓이고, 머리 위로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립니다.

그 순간에는 시계도, 휴대폰도, 해야 할 일도 잠시 잊게 됩니다.

오직 나와 자연만 남는 시간.


퀘벡의 구시가지에서는 돌길을 따라 걷다가 작은 카페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창밖으로는 단풍이 물든 거리가 펼쳐지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풍경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고, 바쁘게 살던 제 일상에 작은 쉼표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pexels-yuliia-koliada-1322729-3258540.jpg “여행 속 작은 쉼표, 커피와 책 한 권.”


로키 산맥의 밴프에서는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봉우리와 호수 사이로 황금빛 단풍이 스며들며,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지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걸었던 하이킹 길 끝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었고, 오직 눈과 마음으로만 간직해야 했습니다.


pexels-harrisonhaines-3070989.jpg “ 물위에 비친 황금빛으로 물든 계절, 마음도 함께 따뜻해진다.”


여행은 때로 정보를 따라 움직이기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캐나다의 가을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합니다.

단풍의 색깔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발견하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요.


혹시 올 가을,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다면 단풍이 물든 길을 천천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꼭 캐나다가 아니더라도, 계절의 속도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계절과 나, 그리고 삶이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을 숲길을 걷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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