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시선
이번 주말은 바람이와 전라도를 여행하기로 했다. 여수와 순천을 둘러보기 위해 미리 애견 동반이 가능한 순천의 한옥펜션을 예약했다. 버스커버스커 노래로만 들었던 여수 밤바다를 직접 보게되다니, 너무 로맨틱했다. 그것도 사랑하는 우리 바람이와 함께라니 더욱 뜻깊었다.
여수 밤바다를 충분히 즐기고, 순천의 한옥펜션에서 머물렀다. 한옥펜션 사장님은 강아지를 매우 사랑하시는 분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갈색 푸들을 함께 키우고 계셨다. 사장님은 여자 혼자 강아지와 여행하는 나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셨고, 아침에는 유황 달걀과 삶은 고구마, 사과까지 챙겨주셨다. 넓게 잘 가꾼 앞마당에서 책도 보고 여유를 즐겼다.
바람이의 리드줄을 손에 꼭 쥐고 마당을 거니는 나의 모습을 사장님께서 보시곤, 바람이를 더 마음껏 뛰놀게 리드줄을 풀어주라며,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셨다. 아무도 없는 마당에 바람이를 풀어주자, 바람이는 신나게 냄새를 맡고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한참 여유를 즐기던 중, 산책에서 돌아온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갑자기 바람이를 때려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나는 얼어붙었다. 다행히도 사장님이 신속하게 말려주셔서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바람이의 왼쪽 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가자고 하셨고, 우리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의사 선생님은 바람이 상태를 확인한 후 한 바늘 꿰매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순간, 내 마음속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 생애 타인의 아픔 때문에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꺼이꺼이 울었다.
순간의 사고에서 바람이를 지키지 못한 마음, 바람이가 아프고 공포스러울 것 같은 마음, 그리고 바람이를 다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다. 바람이가 꿰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펜션 사장님께서 내 손을 꼭 잡아주셔서 겨우 눈물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한 바늘 꿰매고 나온 의연한 바람이를 품에 안았을 때, 그 따뜻하고 포근한 체온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떤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했다. 사장님께서는 미안하다며 병원비를 전액 지불하셨지만, 나는 나중에 펜션 예약시 메모해 둔 사장님의 계좌로 절반을 입금했다. 사고로 인한 일이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사장님께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는 바람이에게 친정 같은 동물병원을 네비게이션에 찍고 바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핸들을 부여잡고 펑펑 울며 바람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내 삶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 나는 다시 다짐했다. 우리 바람이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