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연축 극복기 4.
우리는 1년 만에 5%의 기적을 이뤄냈다.
아니지. 우리보다는 말도 못 할 아픔을 이겨내 준 우리 아기가 해낸 것일 테다.
난청에다가 영아연축까지 절망을 쏟아부었다가 연민으로 하나의 절망 정도는 도로 걷어가 준 것 같다.
영아연축 판정받고 6월부터 약을 복용하여
거의 1년 가까이 약을 먹었고,
2023년 4월 26일 완전히 약을 끊었다.
약은 한 번에 끊지 않고, 금단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줄이는 방식이었다. 6개월 뇌파검사 이후로 단계별로 줄여나갔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병원의 치료 프로토콜이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4월 26일에 완전히 끊고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뚜렷한 발현증상은 없다.
끊고 나서 독감 등 열감기를 심하게 몇 번 앓았고 그때 자면서 부르르 떨긴 했는데, 연축과 같은 쎄-한 느낌은 아니어서 병원에 연락은 하지 않았다.
(재발 시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함)
신기하게 사브릴 끊고 한 달 뒤부터
수용언어가 부쩍 발달했다.
영아연축이 4개월 때 시작되어서 그런지 인지가 4개월 늦게 측정되곤 했는데 약을 끊어도 아직 완벽히 발달지연을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표정도 좋아지고 옹알이를 조잘조잘하는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사브릴 복용 시 부작용
- 수면의 질 저하, 자주 칭얼댄다.
- 잠을 많이 잔다는 사례도 들었으나 우리 아기는 오히려 잠을 자꾸 깸
약 끊은 이후에는 정기 외래 간격이 3개월 주기로 벌어진다. 정기 외래를 3개월 이상 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스케줄이 이상하게 여유로웠다. 내일부터 다시 병원 스케줄 시작이다.
곧 유전자 검사 외래 예정(발병 초기에 했을 때 유전적 변이는 없었다.) 및 피검사 등 추적 진료, 발달검사 및 결과 외래 등 세 번 정도 병원 일정이 있는데 제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TV에서 한창 금쪽이 이야기가 트렌드였던 때. 정말 관심이 없었다. 우리 집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테지.라는 생각 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건 사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마음이 같이 아프니 자연스레 회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소아 뇌전증 치료와 그 예후와 경과를 지켜보며 자폐를 걱정하게 되다니.
우리 아기가 금쪽이가 될 확률?
사고처럼 누구나 예기치 못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걱정과 슬픔은 금물이다. 아픈 금쪽이가 아니라 그저 우리와 행복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로 바라볼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
5%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 아이처럼
나와 남편도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