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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바삭 Dec 21. 2023

5%의 기적을 향한 일지

영아연축 극복기 3.



워킹맘인 동시에 아픈 아기를 키우기란 내 능력으로는 참 어려운 것 같다.

현재 남편이 독박육아 중이다.


우리 아기는 편측 난청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청기도 끼워주고 언어 발달도 챙겨줘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나네 “라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오늘도 엄마가 미안해 우리 딸.


난청 관련 병원 진료는 서울대병원, 연축 관련 검사는 세브란스에서 추적 검사를 비롯해 정기 뇌파검사, 외래 스케줄 따라가기 등 참 바쁘게도 슬펐다.

시간만 흘러 우리 딸은 벌써 18개월 아기로 성장해 있었다.



뇌파검사 / MRI 때문에 주사로 수면마취를 했는데 잘 안되어 가스마취까지.. 그런데 잘 안깨서 너무 초조했던 하루




영아연축을 처음 발견하고 몇 달은 잠도 안 자고 검색에 몰두했다.

#영아연축 #웨스트증후군 #뇌전증 #소아뇌전증 #발달장애 #사브릴 #영아연축완치 #희귀 난치병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완치와 관련된 정보는 참 적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맘스홀릭 같은 맘카페에서 '영아연축'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우리 아기가 그런 증상을 보였을 때 그나마 빠르게 병원 진료를 갈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에서 본 글이 있는데,

완치 판정을 받은 부모는 평범한 아이 키우는 생활로 돌아가 또 다른 정신없는 육아를 하고 있기에 그 후기를 굳이 남기지 않아서 완치후기에 대한 글이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글이 내심 희망을 가지게 했다.


맞는 것 같다. 믿고 싶다. 아직도 한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지고 미안할 때가 많지만, 그때에 비해 건강해진 아기를 키우느라, 치료 때문에 더뎌진 발달을 올리느라 정신없어서 아기 육아/발달 기록도 소홀해지고 말았는데, 이런 희망은 다시 모든 방면으로 마음을 다잡게 한다.


어쨌거나 아무튼 다시 생각해도 중요한 것은  

"초기 발견 후 바로 응급 통해 대학병원 진료를 볼 것"




 


5%의 기적


연축 완치 판정의 확률.

감사하게도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매일 하루하루를 겸손하게 간절하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잠시 발달체크 (18개월)

* 걷기 가능하고 점프는 아직 못함
* 대근육 / 소근육 개월 수 대로 발달 중
* 엄마 아빠 말을 이해하고, 17개월부터는 낱말카드나 노래를 아주 많이 외우고 있는 상태
  (남편 말로는 100개 이상의 단어를 외운 것 같다고 함)
* 표현언어 지연 - 엄마, 아빠 단어 이외에 아따따따, 아나아나 등 옹알이만 하고 유의미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함


언어 발달 지연이 가장 걱정이 된다.

우리는 5%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세상의 확률이란 어떤 것일까?


세상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난치병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정말 정말 생각보다 더 무수히 많다. 조금 과장하면 마치 또 다른 우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아니 이 정도라면, '정상발달'이라고 정의하는 것들이 사실은 '비정상' 아닐까?

'난치병'은 단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영역 아닐까?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별의별 생각이 든다.

확실한 건, 이제 우리 가족은


'정답'이 있는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 가족을 어떤 확률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서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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