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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바삭 Dec 16. 2023

일반적이지 않은 희귀한 검색어 부자

영아연축 극복기 2.



임신했을 때 매일 서치 하던 주 검색어는 "아기 옷, 아기방 꾸미기, 아기 장난감, 아기랑 여행 갈 곳"

이런 단어들이었다. '딸'임을 알고 난 후부터는 "돌 아기 원피스, 딸방 꾸미기" 이런 카테고리의 단어들이 나의 일상을 채우는 검색어였다. 또, 이렇게 하루를 채우는 검색어가 우리의 상상이고 행복의 단어들이었다.


지금 나와 남편은,


#영아연축 극복 #영아연축 완치 #아기발달 #아기자폐 #언어발달 #발달지연 #희귀병 #난치병 #증후군 등등.. 살면서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에 관련된 단어가 우리의 하루를 채우는 단어들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도 검색해 보지 않을 단어들을 우리는 참 많이도 수집해 버렸다. 

우리가 수집한, 그야말로 희귀한 단어가 점점 쌓여간다.




우리 아기 태명은 '오예'였다.

그만큼 아가를 만나서 신나고 행복하고 기뻤기 때문!


아마 아픈 아기의 부모님들은 공감하실 생각..

"왜 우리에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주는 걸까...!"


당하면 당했지 나쁜 짓 한번 하지 않고 참 애쓰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고, 이제 다 내려놓고 아기 낳아서 아이만 예쁘게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나의 단 하나의 꿈은 멀어지는 듯 보였다.


우리 아기 일 년 동안 대학병원 참 많이도 다녔는데,

뇌파검사를 위한 입원, 그리고 병원 투어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뇌파검사를 위한 입원 1일차 아기. 링거맞은 손이 불편한지 표정이 확실히 어두웠다.

 

우리 딸은 백일이 갓 넘은 5/31 첫 외래진료 후, 여러 차례 소 경련이 목격되었다. 이후 6/7 검사를 위해 입원.

일단 입원을 하면, 바로 뇌파 검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원 기본 수칙 같이 소변검사, 엑스레이, 피검사, 링거 주사 연결이 아기 입원 세트라고 보면 된다.

특히 피검사는 아기가 가장 힘든 포인트! ㅠㅠㅠㅠ

그 작은 발에서 채혈을 하려고 피의 양이 모자라니 간호사가 두 손으로 쥐어짠다.


그럼 쪼그만 아기가 아픔을 알아서 자지러지게 울고... 아기 손등은 얼마나 또 작고 여린데, 핏줄이 보일리가 없지.. 운이 없다면 링거를 연결하기 위해 몇 번을 반복해 바늘을 꽂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아기 엄마 닮아 혈관도 얇은 것 같아서 또 미안하네) 


아기 입원 TIP  |  여분의 어른 양말 가져가시면 좋아요. 아기가 손으로 자꾸 링거 줄을 뺀답니다.


포도당 수액 맞는 손이 아파서 그럴까, 수액이 들어가서 배가 고프지 않은 건지 입원 후 수유량이 무척 적어졌다. 내가 워킹맘이라, 입원은 오롯이 남편 홀로..ㅠ 너무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덤벙대는 나보다는 남편이 아기에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기는 어려서 입원이라(4개월) 아기체육관을 참 잘 가지고 놀았고, 저거 없었으면 입원생활 힘들었을 거다.. 누워만 있으니 누워서 볼 수 있는 모빌이나 아기체육관이 좋을 듯하다.

블로그 보니 타이니러브 국민모빌 챙겨가는 분 많으시던데 우리는 그거 챙겨갈 만큼의 정신적? 여유는 없었다.


입원 후 조금씩 적응(?) 하는 딸. 깁스 부목을 자꾸 손으로 빼서 아빠가 자기 양말로 고정시켰다.



뇌파 검사로 영아연축 판정 후

사브릴 투약 시작


뇌파가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했고, 새벽에 MRI 촬영이 잡혔다. 회사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밤에 출입이 허용된 1층 복도에서 잠시나마 우리 딸 얼굴을 보았다.


코로나 때문에 6시 이후는 복도도 출입 금지인데 내가 너무 펑펑 울고 있어서 보안직원 분이 한 2미터 가까이 접근 가능하게 잠시 허락해 주셨다.. (코로나 검사증 지참했고, 마스크 끼고 있어서 가능했을 수도..?)


우리 딸 엄마 보자마자 웃어줘서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서 눈물이 났고, 어린것이 잘 버텨주고 있어서 기특했다. MRI 때문에 금식도 해야 하고.. 안쓰러워라..


그 이후 두 번째 입원은 128일 차.

역시 소변검사, 엑스레이촬영, 손에서 혈액채취 (혈관 잡는 걸 계속 실패해서 혈관이 남지 않음..)

이번 입원 때는 1시간 뇌파검사 예정


영아연축 걸린 아가들은 발달이 매우 중요한데, 

이 시기에 우리 딸 발달수준은 이러했다.

V  목 가누기 성공
V  터미타임 30분 유지 가능
V  엎드렸을 때 양발 살짝 움직임, 옹알이함


세 번째 입원은 7/31 입원, 8/1 퇴원

아기 몸무게 증가에 따라 사브릴을 증량하였다. (0.75, 아침저녁 2번)






대학병원 입원과 별개로 개월마다 아기들은 소아과를 가야 한다. 예방접종을 위해서 말이다.


영아연축과 아기 필수 예방접종이 영향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문의하니 교수님께서 나중에 '따라잡기 접종'을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세 번째 입원 때 받은 뇌파검사 결과 상태가 좋아져서 예방접종 가능해짐!! 

ye~!!! (우리 딸은 4개월 접종을 못해서 한 달 정도 뒤부터 따라잡기로 접종)


아, 영아연축 발병 아기는 항히스타민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새도 감기 걸렸을 때마다 소아과,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들 귀 피날정도로 "뇌전증에 영향 없는 약으로 처방해 주세요!"를 외친다.)


뇌파검사 진행 (50분)

 



경련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기의 전반적인 발달 체크


교수님께서 비유를 들어주셨는데,

집에 불이 나서 소방차로 불을 겨우 껐는데 (연축치료) 벽과 대문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대문, 벽을 재건하여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는 것 (따라잡기 예방접종)

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다.


나는 개월수마다 챙겨야 하는 예방접종을 맞히지 못해 걱정되고 애가 탔는데,

무조건! 연축 잡는 것이 우선!

불부터 꺼야 한다.


교수님과 병원을 신뢰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기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의사는 의사의 역할을 할 때,

부모는 마음 단단하게 부모로서의 역할을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우리 부부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따라잡기도 잘하였고, 쑥쑥 성장 중이다. 

  


늦은 밤. 짧은 마주함 뒤로 다시 병실로 올라가는 우리 아기와 남편의 슬픈 뒷모습. 워킹맘이라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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