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연축 극복기 1.
우리 아기는 출산 후 산부인과 나오는 날, 편측 난청 소견을 받았다.
폭풍 검색을 통해 얻은 결과는 "태어날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정밀검사받으면 80%가 정상이에요"
그래서 에이 우리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오만함 때문인지 분당서울대병원 정밀 검진 결과 편측 난청 판정을 받았다.
이때부터였다. 매일같이 원인을 찾고, 매일 울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하늘의 장난은 멈추지 않았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리는 난청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에 마주했다.
역류방지쿠션에 눕혀두었던 아기가 갑자기 허공을 응시하며 양팔, 양다리를 사방으로 뻗치기를 두어 번 반복함을 목격했다. 남편에게 말했는데 남편은 직접 보지 못한 상황이라 "모로반사일 거야~"라고 했고, 나는 또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요새는 맘스홀릭 같은 카페에 너무 많은 정보가 가득해서 모로반사를 검색하다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영아연축' 관련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댓글에는 대부분 모로반사라서 크면 다 없어진다는 댓글이 많았다. 나는 왠지 너무 불안해서 며칠을 검색하다가 구글링으로 영아연축의 영어표기법 '웨스트 증후군'을 영어로 검색해 보았고, 영어로 된 해외 논문? 에서 우리 아기가 보였던 행동과 유사한 외국 아기 영상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소아과를 찾아가서 아기 영상을 보여주니, 선생님께선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소견서를 써주셨고
예약을 하려고 하니 역시 대학병원은 당장은 불가하고 2주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남편이 소아 뇌전증이 유명한 병원정보를 찾아냈고, 우리는 그 대학병원으로 다시 예약한 후 조금 더 늦어진 5월에 첫 외래 진료를 보게 되었다.
지금도 후회되는 것은, 외래 예약 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실 통해 입원하면 더 빠른 진료가 가능하다. 이건 편법이 아니라 뇌전증 신호와 증상은 목격하자마자 응급으로 들어가야 할 만큼 중요한 것임을 그땐 알 수 없었다.. 알았더라면 하루라도 더 빨리 치료가 가능했을 텐데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교수님께서 아기 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단호하게. 영아연축이 맞습니다. 진단하셨고,
입원수속 안내해 주셨다......
괜찮을 거예요~라는 말을 기대하고 간 터라.. 병원에서는 멍- 했는데, 집에 도착하고 그날부터 우리는 정말 매일 같이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너무 절망적이었고, 믿기지 않았고, 사실 현실감도 없어서 내가 슬퍼서 우는 건지 울어야 할 것 같아 우는 건지 모를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아기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1. 회사 스트레스 - 임신했을 때, 팀장이라는 책임감에 하루도 빠짐없이 밤 9시 넘게 야근한 것.
팀원 재택은 챙길지언정, 나는 내 몸을 혹사시켰던 것 같음. (그 당시 배가 항상 당기고 뭉쳐있었음)
2. 사람 스트레스 - 임신 초반, 회사에서 전 팀원으로 인한 극강의 스트레스.
폭언을 듣고 바로 배가 너무 아팠고, 열이 나고 일주일간 컨디션 악화
3. 노산 (37세 임신, 38세 출산)
4. 임신 시 이벤트
조산의 위험으로 출산하기 전 한 달간 입원치료 (라보파 한 달 맞음)
병원 환경이 매우 덥고 바닥이 펄펄 끓어서 한겨울에도 밤낮으로 창문 열고 있었음
5. 엽산의 부족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출산의 여파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데.. 엽산을 정량보다 적게 먹은 것 같기도 함
(한알 씩 먹는 줄 알았는데 3기부터 2알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함)
6. 영양 부족
임신 전 원래 잘 안 먹고, 음식에 욕심 없는 스타일. 임신 후 3끼를 다 챙겨 먹긴 했으나 엄청 많이 먹지 않았음, 코로나 걸릴까 봐 사람 북적이는 식당에 가지 않기 위해 점심은 간단히 자리에서 해결
(아침 사과 1개 두유 1개 or 토마토주스 / 점심 고구마 2개, 두유 1개, 토마토주스 / 두유는 수시로 섭취 / 저녁은 고기, 생선등을 포함해 양껏 먹기 / 주말에는 3끼 다 많이 먹기)
7. 출산 후 미심쩍은 병원 측 행동
출산 후 신생아실 옆 방이었는데, 새벽마다 신생아실에서 쇠 봉을 치는 소리가 남. 추후 인터넷에 글 올렸는데 삭제 및 신고당하고 해명을 듣지 못함. 해당 병원은 신생아실이 밀실처럼 부모가 보지 못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
절대 인정할 수 없기에 탓할 곳을 찾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모든 결과가 일어나기까지 선택을 하고, 마음가짐을 이렇게 가졌던 내 탓이겠지만 말이다.
교수님께서는 첫 진료 때 영아연축은 세포결합 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와 같다고 말씀 주셨다.
살아가면서 사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우리는 그 경험을 지금 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씀 주셨다.
우리 아기 담당 교수는 위로보다는 용기와 확신을 주었고, 부모로서 앞으로 해야 할 역할, 방법, 마음가짐에 대해 알게 해 주었다.
그래도 엄마인 나는 아직도 거의 매일 특히 퇴근길 운전을 하며 원인을 곱씹고는 한다..^^:::
교수님의 말이 굉장히 의지가 되었고, 이 상황을 우리 부부 오롯이 겪어내야 하기에 절망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긍정적으로! 아기의 치료를 위해 매진하게 되었다.
(남편 스트레스가 무척 커서 베일리검사 때 우울증 척도 '매우 위험'이 나왔다..ㅠ)
이렇게 우리는
한창 행복할 신생아 시기를 난청과 영아연축 치료를 위한 대학병원 투어로 보내게 되었다.
- 극복기 1편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