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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암 Sep 13. 2023

안녕? 과 안녕! 사이

열매글방(9/12) : 인사

우리의 안녕? 과 안녕! 사이가 평온하면 좋겠어. 그러지 못했던 어떤 날에는 한참 그것이 마음에 남아 다음에 어떤 얼굴로 널 만나야 할지 고민했거든. 다시 만났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인사해 주는 너를 보면 그제야 안심했어. 나는 구태여 변명을 하면 오히려 어색해질까, 우리가 그만큼 가깝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바로잡지 못한 일들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되거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그 이야기가 실수였던 것 같아 고민했다고 말하면, 무슨 그런 걸로 고민을 하냐며 네가 황당해하는 걸 보면서 어디까지가 괜찮은 건지 하나씩 배웠지.


초등학생 때 나는 방학을 마치고 학기 첫날 등교했을 때 저 멀리 걸어오는 친구에게 인사를 해도 되는지 고민하다 휙 돌아서버리는 아이였어. 친하게 지냈지만 방학 동안 만나지 못한 그 친구가 지금도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참 서운했을 것 같아.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고민을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 어린 마음이 고개를 들 때가 있어. 아마도 내 마음보다 너에게 소홀했다고 후회를 해서인가 봐. 혹시나 아주 오랜만에 우리가 마주쳤을 때 내가 고개를 푹 숙여버리면 큰 소리로 인사해 줄래? 오랜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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