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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암 Sep 18. 2023

나만의 동그라미

열매글방(9/18) : 그림

어디선가 ‘동그라미를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 그리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여러 번 동그라미를 그려본 적이 있다. 내가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혹시나 숨겨진 재능이 있는데 노력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닌가 하고 그려본 것이다. 여러 차례 그린 동그라미들 중에 역시나 ‘동그라미’는 없다. 처음에는 동그랗게 잘 가다가 마지막에 찌그러져있거나, 원형보다는 타원형 혹은 끝이 둥근 삼각형에 가까운 것이 대부분이다. 나의 뇌가 내린 지령은 동그라미인데, 내 손은 어쩜 이렇게 다양한 걸 그려내는지.


문득 신기해서 내 손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이건 내가 악필인 것과 같은 건지도 몰라. 너무 일찍부터 샤프를 써서 그런지도. 나는 글자를 처음 배울 때부터 샤프를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고, 덕분에 샤프심이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손에 힘을 주다 보니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는 악필이 되었다. 나만 알아보는 글씨를 쓰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언젠가 나만 알아보는 다양한 동그라미가 등장하는 그림을 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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