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열매글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암 Oct 06. 2023

한여름 해수욕장의 고요

열매글방(10/5) : 바다

어릴 때 여름만 되면 가족들과 몇 번이고 해운대로 해수욕을 갔다.

한 번 바다에 들어가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언니와 같이 파도를 탈 때마다 '깐따삐아!'를 외친다.

우리는 높은 파도에 떠오르고 휩쓸려 가는 것이 저 멀리 별에 가는 것 같았을까.

그렇게 별을 향해 떠나다가도 엄마가 손톱만 하게 보일 때면 힘차게 손을 흔든다.

어느새 엄마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떠내려오면 열심히 돌아가고, 엄마가 보이면 다시 넘실넘실 파도타기를 반복했다.

가족들끼리 바다에 가면 늘 모래사장 파라솔 아래에 앉아 짐을 지키던 엄마.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던 엄마는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에 몇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신나게 노는 인파 속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었을 엄마가 궁금하다.

어쩌면 엄마에게는 가장 붐비던 그곳이 가장 고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눈, 코, 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