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쓰기클럽 1일차 - 표류하는 포즈
아주 오랫동안 나는 부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기분.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하고, 내 몸에서 내가 떠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길을 걷다가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도 나는 자주 '나'를 쫓아다녔다. 동시에 내 육신을 떠난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부유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부유하는 '나'를 쫓는 일을 잊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주어진 역할은 나를 바삐 움직이게 했고, 그저 가끔 내가 왜 움직이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작년 가을, 나를 그려 보라던 심리상담 선생님의 말씀에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부유하던 '나'였나보다. 그때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눈, 코, 입, 귀, 손가락, 발가락 없이 서 있는 그림자를 그렸고, 내 의도를 한참 설명해야 했다. 그 후로 너무 오래 쫓지 않아서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안개 속을 걸었고 아주 가끔 만날 수 있었다.
한 달 전 기분쓰기클럽 첫 시간에 이 포즈를 배우면서,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그리려고 해도 그릴 수 없었던 눈, 코, 입, 귀를 그렸던 날이니까. '너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며 한참 들여다봤다.
아직 '나'는 어딘가 단단히 딛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실재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