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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un 19. 2022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최근에 읽었던 '루미나리스'의 저자 로완 윌리엄스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인간이 된다는 것'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인간학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고 집었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이 책은 얇지만 매우 정제되어 있어서 자칫하다간... 이런 책은 벽돌 쌓기와 비슷해서, 아랫단의 벽돌을 잘 놓아야(읽어야) 벽돌 한 줄, 한 줄 잘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올라갔을 때 내가 벽돌을 쌓았는지 돌을 쌓았는지, 안 삐뚤어졌는지, 중간에 무너졌는데도 허공에 쌓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나도 뒷부분의 맥락을 잘 잡지 못했다.


두 번째 채프터의 '인격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내가 겪은 경험이 총합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내가 관계성에서 존재하고, 그 관계성 위에서 나의 인격이 형성되는데, 그것의 전제는 불변하는 나 아닌 타자의 존재, 곧 그분의 존재로 인한 관계성이다. 이로서 나, 타인, 존엄, 인격 등의 설명이 가능하다.



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나를 다른 인격이 아닌 이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저 일련의 사실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내가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고, 내 주변의 다른 관계가 아니라 이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관계의 그물망 중앙에,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의 총합'이라는 말도 사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내게 해당하는 일의 총합을 바꾸어 놓습니다. ... 다시 말해, 인격이란 관계가 교차하고 차이가 만들어지며 새로운 관계가 창조되는 지점입니다.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복있는사람, p.52





저자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약간씩 언급하면서도 결국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끝을 맺었는데, 읽는 내내 십 여 년 전 전에 읽었던 윤리학 분야의 한수환 교수님의 '기독교인을 위한 인간학' 내용이 떠올랐다. 하나님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인간은 무엇으로 하나님과 관계하는가. 결국은 언어, 말이라는 매개인데, 자아가 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태초의 아담이 말을 했다는 것은 상대가 있었다는 것으로, 말씀으로 존재하는 하나님과 관계했다는... 이런 식의 줄거리의 내용이다.


다소 철학적이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도 무난한 유익한 책이다. '인간'에 대한 사유적 접근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



수용성과 협력, 한계 혹은 불완전에 관한 감각, 상징과 상징의 투명성은 인간의 담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신성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복있는사람, p.43


인간의 존엄성, 우리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절대적 요구는, 타인이 이미 나 외에 다른 존재와 관계하고 있다는 굳은 확신에 근거해 있습니다. 이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심각한 윤리적 난관에 봉착합니다.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p.60


공감 곧 상상을 통해 나의 것이 아닌 관점과 동일시하는 것은, 그저 우리 인간의 정체성과 구성 항목에서 선택적 추가 사항이 아닙니다. 공감이 없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없습니다. 타자와의 동일시 없이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합니다.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복있는사람, p.85


호흡이 안으로 들어오고, 호흡이 밖으로 나갑니다. 나는 생명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생명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라면 나는 하나님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물리적 환경,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말, 이런 것들이 아주 심오한 중요성을 갖습니다.
로완 윌리엄스, 인간이 된다는 것, 복있는사람,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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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철학과 과학의 여러 분과에서 도달한 한 가지 합의가 있습니다 즉 우리가 의식, 혹은 마음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의식이 일종의 기계라는 것입니다. .. 만일 그렇다면, 의식에 대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할 사항은 '이 기계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입니다. ... 기게는 기계 자체와 무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p.20

아무리 환원해 봐도, 두뇌는 유기체입니다. 그리고 유기체는 그야말로 기계가 아닙니다. 유기체는 그 자체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 기계라는 용어가 개입할 때, 우리는 중대한 관념적, 개념적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루는 논의에서 이 용어가 등장하게 되면, 즉각 온갖 종류의 경고 표시가 붙어야 합니다.


p.23

우리의 생각이 의도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생각 속 개념은, 어떤 것과 관련이 있는 어떤 개념입니다. ... 의식은 기계다, 의식은 착각이다라는 진술은 모두 특별한 매력과 상당히 매혹적인 단순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두 진술 가운데 어떤 것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p.25

인간 의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무엇보다 먼전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의 의식은 이곳의 관점입니다. 이것은 1인ㅈ칭 단수로 표현되는데, 이는 이 물질적 정체성이 여기서 물질적 환경을 관통하는 길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p.26

나는 단순히 사물과 부딪치지 않는 세계가 아니라 기호와 부딪치는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 소통하고, 보다 발전된 상징적 의사소통을 낳고, 보다 발전된 발언을 만들어 그 면에서 차이를 낳습니다. 의식은 물질세게 안에, 또한 언어세계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p.26

의식과 관련해서 내가 주장하려고 하는 두번째 적극적인 주장은 관계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있음을 즉각 인식하는 것은 또한 저기에 다른 존재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p.28

의식에는 관계적 차원이 있습니다. 나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고할 수 없습니다. ... 의식한다는 것은 원래 사물에 부딪치지 않은 채 물질적 환경을 둘러 가는 나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p.32

나의 관점, 나의 1인칭 관점은 언제나 부분적으로 그 관점이 유래한 곳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표현되며 모색됩니다. 나는 연속성을 가정합니다. 나는 과거에 내가 그 일부였던 인식 및 상호 작용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식 및 상호 작용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 따라서 우리가 의식에 적용할 수 있는 적극적 범주는 내러티브입니다.


p.32

의식에는 자리가 있고, 의식은 관계적이며, 또한 의식은 내러티븡비니다. 즉 현재의 자극은 물론이고 과거의 상황과 관련해서 고정적 요소가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식은 현재의 자극을 이전의 자극과 연결하여 인식합니다. 물론 의식은 또한 기억 곧 그 역할이 무엇인지 쉽게 판단하기 힘든 과거의 이미지와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p.34

의식은 언제나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이란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나의 의식이란 내 생각 속에서 생겨난 것들의 완벽한 언어 목록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의식은 마음의 내용물의 의식적 기록이 아닙니다. ... 말은 상황을 변화시킵니다. 무언가 말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의식하는 것, 곧 이 내러티브적이고 관계적이며 자리가 있는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화자가 되는 것입니다. 즉 기호와 상징을 만들어 내는 존재, 경청과 해석을 유발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지요.


p.36

나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의식의 작동방식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 성찰에서 우리는 대개 큰 논란 없이 몇 가지 특징 곧 자리, 관계성, 내러티브, 언어를 가정하는데, 이를 가정하지 않는다면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조차 없습니다.


p.43

수용성과 협력, 한계 혹은 불완전에 관한 감각, 상징과 상징의 투명성은 인간의 담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신성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p.52

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나를 다른 인격이 아닌 이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저 일련의 사실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내가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고, 내 주변의 다른 관계가 아니라 이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관계의 그물망 중앙에,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의 총합'이라는 말도 사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내게 해당하는 일의 총합을 바꾸어 놓습니다. ... 다시 말해, 인격이란 관계가 교차하고 차이가 만들어지며 새로운 관계가 창조되는 지점입니다.


p.55

우리가 사람들이나 개인에게 인격적 존엄이나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관계를 맺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실존 안에서 현존하거나 의미를 갖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계의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소위 인격이라는 추상적 요소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p.57

우리는 관계 속 인간으로서, 우리의 환경이 다른 인격과 맺은 관계에 의해 창조되고, 그들을 위해 환경을 창조한다는 점을 인식하며, 그러한 교환 곧 상호성 속에서 인격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p.59

우리를 만들었고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그 능력과 맺은 관계가 우리의 첫 관계라면 당연히 주위를 둘러볼 때 나의 이웃 역시 언제나 나와의 관계 속에 있기 전에 이미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내 이웃과의 관계를 내 마음대로 이끌어 가기에는 아주 중대한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내게 속하지 않고, 그들과 나의 관계가 그들에게 해당되는 관계의 전부도 아니며, 심지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현실은 세상 모든 것에 해당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타당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p.60

인간의 존엄성, 우리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절대적 요구는, 타인이 이미 나 외에 다른 존재와 관계하고 있다는 굳은 확신에 근거해 있습니다. 이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심각한 윤리적 난관에 봉착합니다.


p.84

느끼고 감지하고 참여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은 지적 성장의 핵심입니다. 그와는 별도로 중요한 사실은 마음이 몸 자체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점입니다. 진정 우리가 몸을 지닌 채 마음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면, 몸이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마음에 관한 요소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p.85

공감 곧 상상을 통해 나의 것이 아닌 관점과 동일시하는 것은, 그저 우리 인간의 정체성과 구성 항목에서 선택적 추가 사항이 아닙니다. 공감이 없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없습니다. 타자와의 동일시 없이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합니다.


p.103

의존성과 자율성을 다루는 이 첫 번째 영역에서 종교적 믿음과 종교적 언어의 한 가지 제안은 이것입니다. 즉 우리는 능력을 받고, 해당되어, 조건 없이 인정해 주는 근원에 의존해 있음을 시인함으로써,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변혁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p.115

우리가 하나님의 문법,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보다 명료한 관점을 얻는 것은 하나님에 관한 우리 말의 명료화 및 정화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 자신에 관한 말의 정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비추어 자신을 새롭게 보는 것과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문법을 익히는 것은, 절대적으로 또한 불가피하게 얽혀 있습니다.


p.140

호흡이 안으로 들어오고, 호흡이 밖으로 나갑니다. 나는 생명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생명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라면 나는 하나님이 우연히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물리적 환경,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말, 이런 것들이 아주 심오한 중요성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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